“시골에서의 일상은 느림 그 자체다. 천천히 밥 먹고, 천천히 옷 입고, 천천히 개에게 먹이를 주고, 천천히 산책을 한다.”장석주(46) 시인은 서울을 떠나 경기 안성의 시골집으로 내려간 뒤에야 비로소 천천히 숨쉴 수 있었다.
느림이 일상이 되자,그는 산문을 시처럼 쓸 수 있는 넉넉함도 갖게 되었다. 산문집 ‘추억의 속도’(그림같은세상 발행)에서 시인은 오래된 추억의 속도를 마침내 가늠하게 된다.
시인은 먼지가 뿌옇게 낀 도시에서 가슴이 답답하고 불행했지만, 철저한 고립에 처한 시골에서 오히려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다.
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프다. 그래서 그는 “가슴에 화석이 된 증오는 깨우지마라. 가슴에 묻어논 피묻은 약속은 들추지 마라”고읊는다.
시인은 텃밭의 상추와 아욱의 싹, 아이 주먹만한 수박을 손수 가꾼다. 비 갠 뒤의 무지개와 잔디밭에 뛰어들어온 청개구리, 개울가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은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그는 오래 전부터 새벽부터 낮까지 지치도록 글을쓰고, 오후 내내 산책을 하고, 해가 진 뒤에는 등을 밝히고 책을 읽는 꿈을 꿨다.
시골에서 그 꿈은 천천히 이뤄진다. 시인은 분노와 잔망을 버리고 적빈과 평화를 얻었다고 했다. 그의 산문을 읽다가 문득 들여다 본 도시 사람의 속내는 누추한 욕구 불만이 지저분하게 끼어 있어 부끄럽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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