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터지면 군과 언론이 가장 신명난다는 말이 있다.전쟁의 반 인류성과는 별개로 두 집단의 존재 가치가 어느 때보다 돋보이는 측면을 이른 말이다. 그러나 신명나는 전쟁은 동시에 가장 위험한 과업이다.
전쟁 수행과 취재에 따르는 위험이 큰 것은 물론이고, 그 성패에 두 집단의 존립 명분 자체가 걸린 때문이다.
군은 말할나위 없지만, 언론도 전쟁의 위험과 혼란 속에서 신속 정확한 보도의 본분을 다한다는 것은 힘겨운 도전이다.
■현대 언론을 선도한 영국 언론은 전쟁 보도에도 선구적이었다.
군의 전황 발표에 의존하던 관행을 깨고 1853년 크리미아 전쟁 때 더 타임스가 특파원 보도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첫전쟁 특파원은 기자가 아니라 참전한 현역 장교였다. 전쟁터와 취재원에 접근하는 위험과 어려움을 함께 해결한 묘수였지만, 군인의 안목으로 전쟁을보는 한계는 여전했다. 이 에피소드는 전쟁 보도의 어려움과 해결 과제를 상징하는 기록으로 언론사에 남아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진행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숱한 언론 특파원이 전쟁터 가까이 있지만,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전하는 보도는 드물다. 걸프전과 코소보전쟁 때는 전쟁 당사자의 거짓 발표와 역정보에 현혹됐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정보조차 귀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프간 접경 파키스탄지역에서 신뢰성 낮은 현지 언론이나 반 탈레반 측이 전하는 소문과 일방적 주장이 국제 뉴스 흐름을 주도하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 갇힌 처지를 어느 독일 특파원은 '듣는것은 많고, 보는 것은 적고, 아는 것은 없다'고 고백했다.
외국 기자를 태우는 택시기사의 말이 국제 뉴스가 되는 것에 대한 개탄도 덧붙였다.
며칠 전 이슬라바마드에 특파된 우리 방송 기자가 '이 곳에서도 탈레반 내부 분열이 감지되고 있다'고 운을 떼고는 달랑 영국 외무장관의 발언을 증거로 든 것과 비교된다.
국제 뉴스 초점이 혼미한 아프간 상황에서 종잡을 수 없는 탄저균 테러로 옮겨간 지금쯤 올바른 전쟁 보도의 방향을 점검하는자세가 아쉽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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