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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전문대 취업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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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전문대 취업의 허와 실

입력
2001.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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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렛일만 시키는 직장에서 일하는 보람을 찾기 힘들었습니다.”이모(27)씨는 취업률이 높다는 전문대(두원공업전문대학 전기과)를 졸업했지만 현재 직장이 없는 상태다.

인문계 고교 졸업생인 그가 전문대에 진학한 이유는 취업이 잘 된다는 설명 때문. 실제로 졸업 이후 취업은 쉬웠다. 그렇지만 전공에 맞는 일을 할 수 없었다.

“중소업체 4~5곳을 전전했지만 한결같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반복업무나 잔심부름만 맡기는 것에 질렸어요.

회사측에선 2년 정도만 고생하면 주요업무를 맡기겠다고 했지만 전망이 보이지 않아 그만뒀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취업도 쉽지 않고 친구들과 인터넷 쇼핑몰 창업을 구상중입니다.“

4년제 대졸자의 취업난이 사회 문제로 떠오를 때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전문대.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펴낸 ‘2001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문대 졸업자의 취업률이 사상 처음으로 8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기간의 4년제 대졸자 취업률은 56.7%. 그렇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찬사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취업률은 높지만 일자리의 질과임금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

전문대에서 사회복지과를 다닌 김모(21ㆍ여)씨는 졸업 무렵 학교측 소개로 서울의어느 사회복지관에 취직했다.

그는 “힘들고 궂은 일은 봉사 정신으로 견딜만 했지만 월급이 60만원이어서 생활비를 쓰고나면 저축은 생각하기 힘들었다”면서 “언니가 일하는 동대문 의류 시장에서 나가면 수입이 훨씬 나을 것 같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실업계 고교 출신의 이모(19)씨는 올해 초 빠듯한 집안 살림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마련해 전문대에 진학했다.

그는 “예전에 실업계 고교 졸업자들이 하던 일을 전문대 졸업생들이 가져가는 바람에 고교 졸업장으론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면서 “2년간 등록금을 내고 전문대에서 공부해도 졸업 이후일과 보수는 지난 날 고교 출신이 하는 일과 마찬가지” 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에선 ‘전문대가 현장의 필요인력을 순발력있게 공급하고 있으며, 취업난이 심각한 현실에서 근무 환경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쉽게 취업할 수 있다는것만도 어디냐’고 지적한다. 또 전문대의 상당수 인기학과 졸업자는 4년제 대졸자 못지않은 보수를 받으며 능력을 인정받는다.

모 전문대 교수는 “전문대가 학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과대 포장해 홍보하다 보니 현실과 괴리가 생겼다”면서 “이제 전문대가 차별화한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은 만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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