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돼버린 집, 벽돌 틈 사이로 삐져 나온 팔과 땅바닥에 뒹구는 다리, 새로 만든 무덤들, 곳곳의가축 시체에 새카맣게 모여든 파리떼…. 아프가니스탄 산골마을 카람에는 죽음의 냄새가 자욱했다.14일 탈레반측의 안내로 아프간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60㎞ 떨어진 이 마을을 둘러본 CNN, 로이터등 서방 기자들이 주민들의 분노와 슬픔을 전해왔다.
기자들이 들어서자 성난 주민들이 삽과 몽둥이를 들고 몰려왔다. “우리를 죽이러 왔지. 어디어디 폭격하라고알려주려고 왔지”라며 으르렁거렸다. 주민 굴 모하메드는 “여기에 군사기지는 없다. 오사마는 없다. 왜 우리를 폭격했느냐”고 항변했다.
희생자 수는 180~230명으로 사람마다 진술이 달랐다. 한 노인은 공손히 터번을 벗더니 “우리는 빈 라덴과 아무 관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이오. 공격하지 마시오”라고 부탁했다. 농민 토레이는 침통한 표정으로 “아내와 네딸과 아들을 잃었다”며 “이건 미국이 저지른 일이니 가서 그 사람들한테 말해주시오”라고 했다.
잘랄라바드의 한 병원에는 일가족이 몰살한 5살 소녀사미나 등 23명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채널 4 뉴스의 아이언 윌리엄스 기자는 “우리가 본 증거는 ‘끔찍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토로했다.
영국텔레그라프는 남부 칸다하르에서 피난 온 파잘 모하메드(42)의 경우를 소개했다. “밤 9시에 비행기들이 왔어요. 아들 타지가 제일 심하게 다쳤지요. 장이 터져 나왔으니까요. 그 아이는 5살이었어요. 새벽 2시에 타지를 묻고 아내, 딸과 함께 집을 떠났습니다.”
미국방부는 카람 마을에 대한 오폭이 위성유도장치에 좌표를 잘못 입력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5일 공습에서도 북부 마자르-이-샤리프 시장 근처에 떨어진 폭탄으로 민간인 5명이 숨졌다고 유엔은 밝혔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