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2단계 군사작전을앞두고 오사마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살해하는 것, 어느 쪽도 미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있다.‘죽든 살든’(dead or alive) 빈 라덴을 원한다고 한 조지W 부시 미 대통령은 14일 빈 라덴을 제3국으로 인도할 용의가 있다는 탈레반 정부의 새 제의를 단호히 일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빈 라덴 체포해 미국으로 끌고 오는 것뿐아니라, 설사 살해에 성공하더라도 미국은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4일 보도했다.‘이슬람의 영웅’으로 추앙된 빈 라덴을 미국이 직접 ‘단죄’할 경우 그를 순교자로 만들어 아랍세계의 반미 감정 악화는 물론 엄청난 대미 보복 테러를부르게 된다는 것이다.
1980년대 소련군 침공당시 아프간 무자헤딘 게릴라를 훈련시킨 영국 특수부대 출신의 톰 커루는 “빈 라덴을 체포해 미국으로 데려오면 전세계의 미국 대사관이 화염에 휩싸일 것이며, 사형을 언도하면 미국, 영국인들은 편안한 잠을 잘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수사당국은 빈 라덴이 테러를 저지른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를 생포할 경우 기소가 가능한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국방전문가 폴 비버는 “미국과 영국은 보스니아나 코소보 전범에 대해서는기소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구축해놓았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다”면서 “빈 라덴을 어느 법정에 기소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제인스 디펜스 리뷰편집장 클리포드 빌은 “빈 라덴을 헤이그 국제법정에 세우면 사형을 면할 것이지만 미국 법정에 세우면 사형을 언도 받을 것”이라면서 “어느 경우든 그는 순교자가 되기 때문에 미국은 ‘지는 게임’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게 최선의 대안은파키스탄이나 아프간내의 반 탈레반 세력들이 빈 라덴을 색출해 살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칼 레빈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서방 세계는 빈 라덴을 제거하길 원하지만 우리가 아니라 아프간 인들의손으로 이뤄지길 바래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한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체 게바라의 경우 우리가 그를 찾아냈고, 볼리비아인들이 우리 요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해했다”면서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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