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미국의 테러전쟁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작년 이맘 때의 60%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보도다.나라경제에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국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제유가의 대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이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오를때는 민감하고, 내릴 때는 둔감한' 국내의 기이한 가격구조와 정책에 일대 점검이 필요하다.
석유공사측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중동 두바이산 원유 시세는 배럴당 19.73달러로 1년 전의 32.36달러에 비해 40% 가까이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 등도 이 기간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그 동안 국내 유류가격 추이가 어떠했나 보면 참으로 희한하다. 당장 시내 주유소의 휘발유값만 보더라도 국내 소비자가격이 국제시세와 상관없이 고공행진을 일관해 왔다는 사실을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정부당국과 정유사가 나름대로 주장하는 바가 있음을 우리도 안다. 원화의 대 달러 환율이 올라 인하요인을 일부 상쇄시켰다거나, 원유도입의 장기계약방식 때문에 시세변동이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원가보다 세금 및 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큰 가격체계상 실제 소비자가의 인하폭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공급자와 정부 입장에서나 통하는 논리다.
국제가격이 수십 % 떨어졌는데도 시중가격은 기껏해야 몇 십원 밖에 내리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떤 해명도 궁색하게 들릴 뿐이다. 심지어는 정유사의 담합이나 정부의 묵인이 그 배경이 아닌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근본적인 정책의 실패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에너지소비절약을 유도한다는 정부의 고유가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진작에 확인된 사실이다.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국내 휘발유 값에도 불구하고 경차 등 소형차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국민에게 비용부담만 주면서 효과는 별로 없는 퇴행적인 유가정책과 가격시스템은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
국내가격 안정을 위한 완충장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탄력성을 띠어야 시장 순기능은 물론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내릴 때 내려야 올릴 때도 반발이 적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