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탄저병 공포가 확산되면서 이와 유사한 생화학 테러가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이 같은 조치는우리나라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지지했고,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이경호(李京浩)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보건복지비상대책반’을 긴급 구성했으며,국립보건원에는 생화학 살상 사태에 조기 대처하기 위한 역학조사반, 방역반, 탐지반 등을 대폭 강화하는 등 긴급 대응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보건원은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를 통해 탄저나 천연두ㆍ페스트ㆍ보툴리누스 등 전염병 유사환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신고해 줄 것을 일선 의료기관에 당부했다.
또 20억원의 예산을 들여탄저ㆍ페스트 항생제나 천연두 백신을 긴급 구입해 비축키로 했다.
보건원은 미국에도 전문가를파견해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으며, 내년 월드컵에 대비해 일본과 함께 생화학 테러에 대처할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양해각서의 체결도 추진하고 있다.
경찰도 출입국 보안을 강화하는한편 경찰특공대 등 대테러 담당 조직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행정자치부도 지하철 백화점 극장 등에 대한 대비태세를 강화하도록 전국 시도에 지시하고 시ㆍ군ㆍ구에 민방위대 소속의 화생방 기동대를 편성하도록 조치했다.
한편 13일 오전10시께 서울용산구 용산미군기지 인근 C호텔 앞 육교와 인도에 정체불명의 백색가루가 뿌려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군경이 출동, 미군부대 병원 근로자들이 아침 조깅도중 길을 잃지 않도록 뿌려진 밀가루로 밝혀져 30여분만에 철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탄저병 Q&A
탄저병은 소나 양 등 동물과 접촉하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한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지는 않으며이상징후 발생시 즉시 치료하면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오명돈(吳明燉) 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투여를 제외하면 특별한 예방대책이 없지만 국내에서는보통 사람의 경우 걸릴 확률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탄저병은 어떤 병인가.
“본질적으로는 동물의 병이다. 초식동물인 소나 양이 흙 속에 있는 탄저균에 감염되면 발병한다. 탄저균은세포벽이라는 껍질에 둘러싸여 평소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 껍질이 벗겨져 가축이나 인체에 감염되면 치명적인 독성 균으로 변한다. 탄저(炭疽ㆍanthrax)의어원이 석탄을 뜻하듯 이 병에 걸리면 피부에 물집과 석탄처럼 까만 딱지가 생긴다.”
-감염 경로는.
“주로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탄저균에 감염된 육류를 섭취한 사람에게서 발병한다. 폐, 위장,피부를 통해 감염된다. 그러나 직업적으로 감염된 동물을 만지는 사람이나 감염된 고기를 먹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 병에 걸릴 확률이 거의 없다.”
-치사율과 증상은.
“치사율은 70~80%에 이른다. 탄저균에 감염되면 평균 5일 만에 고열과 기침 등의 감기증상에 이어부종, 호흡 곤란, 출혈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페니실린계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가 되지만 일단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대부분 사망한다.”
-우리나라는 탄저병의 안전지대인가.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7월 경남 창녕군에서 의문사한 쇠고기를 나눠먹은 마을 주민 가운데 탄저병환자가 발생, 한 명이 숨졌다. 국립보건원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탄저병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보급까지는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탄저병 예방대책은 있는가.
“예방 백신을 맞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다. 미국 내에서도 군인에게만 공급된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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