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31일로 예정된 6차 장관급회담 등 각종 남북 당국간회담과 대북 쌀 지원 등 인도적 사안의 추진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이산가족 교환 행사의 연기로 여론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 당국간회담을 금강산에서 열자는 북측의 요구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대응’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1차적 고민은 북측이 회담 장소로 못박은 ‘금강산’카드를 수용하기 곤란한데 있다. 북측이 “남조선은 안전하지 못하다”며 금강산을 제의한 만큼, 이를 받아들일 경우 북측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이는 남북지역을 서로 오가며 회담을 해온 관례와 ‘상호주의’에도 어긋난다. 장소 문제를 풀기 위해 북측요구대로 테러 경계상태를 푸는 것은 더더욱 안 되는 일이다.
북측과 회담을 갖지 않으면 여야가 오랜만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대북 쌀 지원도 불가능하다. 더구나 북측의 돌출행동으로 대북 불신 여론이 팽배해졌기 때문에, 정부가 ‘인도주의’를내세우며 지원하려 해도 ‘퍼주기’ 논란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정부는 당국간회담 장소 문제와 이산가족 연기를 이유로 이미 합의한 회담을 무산시킬 수도 없는 입장이다. 정부는 1970년대 이후 각종 남북회담에서 먼저 결렬을 선언한 전례가 없고, 이번에도 그렇게는 하지 않겠다는 각오이다.
남측이 회담을 깰 경우 ‘회담할 의사가 없다’는 빌미를 북측에 줄 뿐 아니라,식량 지원이 연기 또는 취소돼 6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관계가 또다시 경색국면에 빠질 수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3일 “진통과 애로가 있으나 햇볕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밝힌 것도, 큰 틀에서 보면 ‘회담을 통해 풀어나가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때문에 정부는 어느 정도‘냉각기’는 갖되, 그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남북관계를 이어갈 묘수를 찾아보겠지만 쉽지않아 보인다”면서 “북측에 이산가족 교환 방문과 당국간회담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갖도록 설득해, 국민 여론을 되돌리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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