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10월15일서울 중구 봉래동의 서울역사가 운수영업을 개시했다.이 역사는 1922년 6월1일 착공해 1925년 9월30일에 준공됐다. 그 전까지 경인선과 경부선은 남대문정거장을 시발점으로 삼았다.
서울이 팽창하면서 가파르게 늘어난 여객과 화물 수송을 감당하기 위해 1960년대에 남부역사와 서부역사가본역사 옆에 신설됐다.
고속도로가 들어서고 승용차가 널리 보급되면서 서울역이 우리나라 교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많이 줄었지만, 예전의 서울역은 서울과 지방을 오갈 때 꼭 거쳐야 하는 곳이었다.
서울역은 산업화의 진척과 함께 농민 분해가 가속화하기 시작하던 1960년대에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지방 출신 청소년들이 서울에 대해 첫 이미지를 만드는 곳이기도 했다.
그 이미지의 일부분은 지게꾼이나 사창가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서울역 앞 광장은 군사독재 정권 시절 반정부 시위의 단골무대가 되기도 했다. 1980년 5월의 학생시위는 서울역 앞에서 그 절정에 이르렀다.
서울이 유라시아대륙동쪽 끝의 수도라면, 이 대륙 서쪽 끝의 수도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이다. 1993년 5월의 어느 아침에 기자는 리스본의 아폴로니아역에 도착했다.
스페인의 세빌리아에서부터 밤새 열차 여행을 한 끝이었다. 역사 바깥으로 나오니 바다가 보였다. 정확히는 강의 하구였지만 바다같은 하구였다.
아폴로니아역에서 바다쪽을 바라보다 시내로 걷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 기자는 문득 고향에 온 느낌을 받았다.
촘촘하게 들어선 자그맣고 더러운 주거공간들, 그것은1960년대의 서울 풍경이었다. 기자는 그 풍경 앞에서 편안했다. 경의선이 이어지고 언젠가 북한지방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된다면, 서울에서리스본까지 열차를 타고 가보고 싶다.
고종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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