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대검 특별감찰본부의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12일 오후, 최경원(崔慶元) 법무장관이 침통한 목소리로 대국민 사과문과 검찰개혁 방안을 읽어갔다.최 장관은 '통렬한 자기성찰',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 등 현란한 어휘를 사용하며 기필코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간부들도 "앞으로는 정말 달라질 테니 지켜보라"고 언론의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하지만 일반인조차 검찰이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성역 없는 수사와 개혁을 강조해왔음을 기억하기 어렵지 않다.
가까이는 1999년 옷로비 의혹사건으로 김태정(金泰政) 법무장관이 구속되고 대전 법조비리 사건으로 고위 간부들이 무더기로 옷을 벗었을 때, 멀게는 93년 슬롯머신 사건으로 고검장 3명이 낙마했을 때에도 검찰은 개혁안을 발표하며 "명예회복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매번 '특단의 조치'라고 강조해온 개혁방안도 유심히 살펴보면 그게 그것이다.
정치적 의혹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특별수사검찰청은 대전 법조비리사건 이후 등장했던 '공직자비리조사사처'와 같은 개념이며 상사의 부당한 명령에 대한 항변권이나 검찰인사위원회의 외부인사 참여는 99년 말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발표내용과 같다.
또 재정신청 범위의 확대도 이미 99년 1월 현정부 출범 직전 구성된 검찰제도개혁위원회의 발표사항이기도 하다.
과거 발표했던 개혁방안만 충실히지켰으면 '이용호 게이트'도 없었고 오늘날 또다시 검찰개혁 운운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더 이상 '전가의 보도'를 보지 않기를 이번에는 정말 기대한다.
사회부 손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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