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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세상 / 응급피임약 시판, 남은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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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세상 / 응급피임약 시판, 남은 문제는…

입력
200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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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허가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어온 현대약품의 응급피임약 ‘노레보’ 가 어쩌면 몇달 안에 약국에 선보일 것 같습니다.12일 ‘응급피임약 도입 방안 검토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조재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도입타당’주장은 종교계와 일부 여성계의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도입 허가 쪽으로 한 발짝 다가섰다는 느낌입니다.

응급피임약의 도입은 낙태를 원하는 여성에게 이제 더 이상 ‘의사의 손’이 필요하지 않게 됐음을 의미합니다.

이제까지 성폭력이나 근친상간으로 임신이 우려되거나, 미성년 혹은 유전질환이나 기타 건강문제로 임신을 원하지 않는 경우,여성들은 속절없이 산부인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은 낙태수술 없이도,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두어 차례 약만 복용하면 임신을 차단(피임성공률 85%)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낙태수술이라는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방어선이 더욱 더 낮아진 것이죠.

이제 남은 문제는 의사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감기약이나 소화제처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실효성 여부를 내세워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은 일반의약품을 주장하고있지만, 일단은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35개 시판국 가운데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일부국가만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을 뿐입니다.

전문의약품 지정은 무책임한 임신을 여과할 마지노선이 될 듯 싶습니다. 가족관계에서 점점 막강해지는 여성의역할을 실감하며, 혹시 피임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전가되지는 않을까 우려됩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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