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戰 계기로 본 '폭탄의 과학'미 테러사태에 이어 보복 공격이 21세기첫 전쟁 참화를 부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을 뒤덮고 있는 각종 폭탄들. 살상과 파괴를 위한 폭탄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첨단 과학의 결집체이다.
‘과학의 그늘’로 불리는 전쟁용 폭탄제조는 화학모델링 실험에서부터 시작한다.
화약모델링은 화약 분자와 이에 첨가되는 결합제의 조성을 연구하는 것으로, 19세기까지는 약간의 목탄과 75%의 질산칼륨으로 이루어진 흑색화약이 유일했다.
1차 세계대전부터는 안정성이 뛰어난 TNT(트리니트로톨루엔)를, 2차 세계대전 후에는 질소와 산소의 화합물인 니트라민계 물질을 사용했다.
모든 화약성능의 기준이 되는TNT는 1g이 됐건 1톤이 됐건 산소와 결합해 폭발하는 시간이 1㎲(백만분의 1초)로 엄청난 순간폭발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파괴력만 높은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화약학자들이 말하는 화약의 가장 중요한 양면성은 ‘고성능과 둔감성(鈍感性)’.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무조건 파괴력이 좋은 폭탄보다 적재 적소에 정확히 원하는 만큼의 효력을 발휘하고, 무엇보다 평시에 운반이 안전한 둔감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20세기 들어 등장한 원자폭탄은 산소와의 연소 작용으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원자들이 모여 자체 에너지를 발산하는 새로운 개념의 폭탄이다.
수많은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뭉쳐 있는 무겁고 불안정한 원자들이 모이면, 원자핵 속의 중성자가 튀어나와 다른 원자를 교란하고, 무거운 원자핵은 둘로 쪼개진다.
그러나 질량이 100인 원자가 둘로 쪼개지면 질량이 각각 50인 원자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보다 약간 작은 질량 49인 원자가 만들어지고 나머지 질량은 엄청난 에너지로 변해 주위를 초토화하는 것이다.
농축률이 90% 이상인 우라늄235의 경우 12㎏이 모이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우라늄 핵분열이 일어날 때는 핵 속에 있던 양성자와 중성자가 두 개씩 짝을 이룬 알파선과 전자인 베타선, 전자기파인 감마선이 밖으로 튀어 나온다.
이 중 감마선은 가시광선-자외선-엑스선다음으로 파장이 짧으며 자외선보다 1,000배 이상 에너지가 높다.
감마선이 인체에 투사되면 인체를 이루는 원자들의 원자핵 자체가 바뀌어 버린다.당장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해도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이 기형아를 출산하는 일은 이 때문에 일어난다.
원자폭탄의 일종이면서 핵분열이 아닌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 수소폭탄이다.
일반 수소보다 질량이 큰 중수소가 쓰이는데 이 중수소가 모이면 서로 융합해 헬륨원자가 만들어진다.
이 때도 두 원자를 합친 것보다 질량이 더 적은 원자가 만들어지고, 남은 질량은 에너지로 변해 폭탄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소폭탄은 인체에 해로운 방사선을 방출하지는 않는다. 다만 중수소를 뭉쳐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우라늄 등 원자폭탄을 촉매로 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원자폭탄을 소유하지 않은국가는 수소폭탄도 만들 수가 없다.
1954년 미국이 실시한 20메가톤급 핵실험은 플루토늄 핵분열과 중수소의 핵융합, 우라늄의 핵분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해서 방사능 분출을 최대화한 원자폭탄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도 국방과학연구소를 주축으로 다양한 화약모델링 실험이 이루어지며 최근에는 컴퓨터 인공지능 신경망을 통해 화약의 성능과 감도를 상용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ADD Method-1’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폭탄모델링 실험에 투입되는 과학자는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원자폭탄과 E=mc2
원자들의 핵분열 자체가 어떻게 폭탄이 될 수 있을까?
하나의 우라늄 핵이 분열해 만들어진 두 개의 핵은 원래 우라늄핵보다 양성자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질량만큼 가벼워진다.
아인슈타인의 공식(E=mc2)에 의하면 ‘질량(m)’은 조 단위가 넘는 엄청난 계수인 ‘빛의 제곱(c2)’을 곱한 만큼의 ‘에너지(E)’를 갖는다.
손톱만한 공간에도 우주의 은하만큼 많은 양성자들이 있다. 양성자의 5분의 1이라는 질량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지만 이 질량이 빛의 속도의 제곱이라는 계수를 통과하면 바로‘폭탄’의 에너지를 갖는 것이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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