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대통령 후보선출 전당대회를 언제 치를 것이냐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야당에 뒤지지 않으려면 조기에 후보를 선출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DJ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여권에서 차기 후보가 결정되면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급격히 쇠퇴하게 마련이다. 바람 빠진 고무풍선이라고나 할까.
■이런 미묘한 문제를 놓고 어떤 이는 시기를 앞당길 것을, 어떤 이는 늦출 것을 주장하는데, 점차 전자쪽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마도 DJ의 장악력이 전 같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데서도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실감난다.
그래선지 일각에선 역대 정권 중 DJ의 레임덕 현상이 가장 빠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DJ가 '역사에 남는 대통령' 이 되려고 일을 너무 많이 벌이고, 그 바람에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는 그럴싸한 해석이 뒤따른다.
물론 소수파 정권인데다, 정권 내부에서 끊임없이 비리 의혹이 터지는 것도 그런 현상을 부채질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이런 문제에서 한결 홀가분하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 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고, 자민련도 별 문제는 없을 성 싶다.
JP가 오너니까 자신이 후보가 되든, 누구와 연대를 하든 JP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지금 국민들의 관심은 3김의 시너지 효과를 내세워 뭔가 해볼 요량인 YS나 JP보다는, 민주당에서 누가 나와 이회창 총재와 한판 붙게 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우리의 정당제도 중 특이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후보 선출 전당대회다. 미국 등 대통령제 하의 나라에서 정당의 전당대회는 대개 후보를 추인하는 잔치 마당이 된다.
정치 축제이므로 국민들도 기꺼이 참여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후보는 전당대회 당일 대의원의 투표로 결정된다.
대의원 표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극단적인 경우 국민적 지지기반과 상관없이 대의원들에게 '돈 질을 잘 하는 후보'가 뽑힐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전당대회를 정치축제의 마당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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