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첫 골은 꼭 제가 기록하고 싶습니다.”스무살 이천수(고려대ㆍ사진)의 꿈은 당돌하다. 한국에서 치러지는월드컵인 만큼 16강은 기본이고 8강까지도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고 서슴없이 얘기한다.
이천수는 작은 키(172㎝)에도 불구, 영리한 플레이로 1999년 부평고를 전국대회3관왕으로 이끌었다. 플레이 메이커, 최전방 공격수 등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감각적인 패스와 드리블, 슈팅력을 과시해 이름을 날렸다.
프로팀의손짓을 뿌리치고 고려대를 택한 것도 유럽진출을 하기 위해서였을 만큼 목표의식도 뚜렷하다. 그는 지난달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_5로 대패한 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단지 배우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패의 원인만은 꼭 짚고 넘어간다. 이천수는 “덩치와 체력에서앞서는 서구선수들을 상대로 똑 같은 플레이스타일을 고집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면서 “머리를 쓰는 영리한 플레이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나름대로 진단했다.
한박자 빠른 판단과 예측으로 체격의 열세를 극복한 이천수는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이후한단계 더 성장했다.
시드니올림픽 칠레전에서 넘어진 선수의 얼굴을 밟아 퇴장당하면서 팬들의 엄청난 비난을 산 것이 그 이유.
평소에도 승부욕을주체하지 못하는 데다 작은 키에서 오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 보복성 플레이를 곧잘하던 그는 이 사건 이후 마인드콘트롤에 주력, 이제는 본인 스스로도 밝힐 만큼 좋아졌다고 한다.
볼이 있건 없건 똑같이 스피드를 죽이지 않고 돌파하는 능력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는이천수는 매니저를 바꾼 뒤 지지부진했던 유럽진출을 다시 모색할 계획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축구를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선진축구 경험을 쌓은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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