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구조조정㈜ 이용호(李容湖) 회장의 검찰 로비 사건에 대한 특별감찰본부의수사 결과는 간부진의 부적절한 행동과 직무태만, 수사진의 경험미숙에 따른 잘못된 수사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의도적인 ‘봐주기 수사’는 아니라는 것이다.그러나 이덕선(李德善) 당시 특수2부장과 임양운(林梁云) 3차장이 7월 말까지 이씨의 횡령혐의를 무시한 채 주임검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강요한 사실을 단순한 직무태만으로만 볼 수 있는지, 임 차장이 이씨와 친분이 깊은 동창생 윤모씨에게 수사사실을 알려준 것을 단순한 과실로 볼 것인지 등은 의문으로 남는다.
먼저 이 부장과 임 차장은 지난해 7월 주임검사인 김인원(金仁垣) 검사로부터 “이씨를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끝까지 무혐의 처분을 주장하면서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들은 김 검사를 설득, 무혐의와 기소의 중간인 입건유예 처분이라는 타협책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미 200억 원대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난 상태였다. 횡령은 변제 여부와는 상관없이 범죄혐의가 성립된다는 점에서 간부진이 횡령사실을 알고도 무혐의를 주장했다면 형법상 명백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특감본부는 이 부장과 임 차장이 무혐의 처분을 종용한 것은 횡령혐의에 대한 수사기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생긴 직무태만의 결과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진정인측의 부탁을 받고 내사를 지시한 부장검사와 수사 베테랑인 차장검사가 기초적인 횡령혐의도 파악하지 않은 채 실수로 무혐의를 주장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특감본부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임을 인정했다.
수사기밀 누설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임 차장은 지난해 4월 동창생 윤씨를 만나 “이용호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니 연락하지 말라. 특수2부에 투서가 들어와 수사 중”이라는 말을 해 이씨가 변호사를 미리 선임하고 장부를 정리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특감본부는 이에 대해 “직무상 기밀을 누설한 것은 인정되나 고의성은 없어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지만 특수수사 지휘책임자인 임 차장이 이씨와 친한 윤씨에게 수사사실을 흘린 것은 납득하기 힘들고 이로 인해 실제 수사에 차질이 빚어졌을 가능성도 높아 고의성 여부를 정밀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휘윤(任彙潤) 당시 서울지검장이 수사진에 자신의 5촌 조카가 이씨 계열사에 취직한 사실과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의 구명성 전화 사실을 공공연히 흘리고 임 차장이 외압성 발언을 한 사실도 수사과정에서 드러났지만 특감본부는 외압성이나 범죄혐의는 없다고 축소 해석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李' 주변인물들 특감 '유탄'
특별감찰본부 조사를 통해 감찰대상자 외에 이용호(李容湖)씨 진정사건 관련자와 변호인 등의 위법행위도 다수 드러나 수사를 받게 됐다.
이번 사건의 고소인인 강성환씨는 지난해2월 이씨로부터 15억원을 받지 못해 횡령 혐의로 고소한 심상만씨와 함께 이씨를 검찰에 진정, 합의금조로 10억원을 받아낸 혐의가 드러나 공갈미수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인계됐다.
또 이씨의 계열사에 대한 조사를 통해 임휘윤(任彙潤) 부산고검장의 5촌 조카 임호균씨는 회사자금을 횡령한 단서가 포착돼 대검 중수부에 넘겨졌다. 임 고검장은 1999년 8월 서울지검장에 부임한 직후 이씨와의 전화통화에서 임씨의 취직자리를 부탁, 이씨의 계열에 취직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이씨의 변호를 맡았던 김태정(金泰政) 변호사와 이모 변호사도 사건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한 사실이 인정돼 대검 감찰부에 사건이 인계됐다.
특감본부 조사 결과,김 변호사는 지난해 5월 이씨가 긴급체포된 직후, 변호인으로 선임된 뒤 임 고검장에게 전화변론을 했으며 이 변호사도 선임계 제출 없이 주임검사인 김인원 검사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선임료로 1억원을 받았다.
이들은 특감본부 조사 직후 미납세금을 관할 세무서에 자진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씨의 로비스트로 알려진 여운환(呂運桓)씨와 친분이 있는 대검 중수부 소속 이모 계장은 이씨에 대한 진정사건이 검찰청에 접수됐는 지 확인해준 사실이 발각돼 수사를 받게 됐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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