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은 수비싸움이다.” 프로야구감독이면 예외없이 금언처럼 여기는 야구계의 통설이다.12일 수원구장에서 5전3선승제로 벌어진 현대와 두산의 2001시즌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은 수비력에서 앞선 현대가 5-1로 역전승하며 서전을 장식했다. 현대의 구원투수 신철인은 2이닝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려 승리투수가 돼 포스트시즌 첫승을 올렸다.
현대가 7회까지 두산에게 0-1으로 뒤지면서도 박빙의 경기를 펼칠수 있었던 것은 8개구단중 최강인 박진만(유격수)-박종호(2루수)로 이어지는 키스톤 콤비의 빛나는 수비덕이었다. 2회초 1사 1,2루에서 홍성흔이 좌전적시타를 때려 선취1득점을 뽑은 두산은 2사 2,3루의 추가득점 찬스를 이어갔다.
타석에 들어선 정수근이 풀카운트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끝에 제 7구를 끌어당겼다. 2루수 키를 넘는 안타성 타구였다. 그러나 라이너성 타구는 기가막히게 타이밍을 맞춰 뛰어오른 현대 2루수 박종호의 글러브속으로 빨려들었다.
추가로2점을 내줄 위기를 잘넘긴 현대벤치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김인식두산감독은 “정수근의 안타성타구가 호수비에 걸려 추가점을 뽑지 못한게 패인이었다”고 밝혔다.
3,4회에 선두타자를 출루시키고 추가득점을 올리지 못하던 두산은 5회초 1사1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다음타자 우즈가 때린 타구는 유격수 박진만옆으로 빠지는 좌전안타성타구였다.
하지만 국내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는 박진만은 슬라이딩하면 우즈의 타구를 건져올려 2루로 뛰던 1루주자 장원진을 2루에서 포스아웃시켰다. 균형을 깨질 듯 하면서도 현대가 박빙의 경기를 펼칠수 있었던 것은 두차례의 호수비덕이었다.
두산 선발 구자운의 호투에 눌려 7회까지 3안타의 빈공을 보이던 현대는 8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박진만이 상대유격수 홍원기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1루에 출루하며 득점기회를 만들었다.
부상중인 김민호대신 준플레이오프때부터 유격수로 나선 홍원기는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됐을만큼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날 박진만의 땅볼타구를 가랑이 사이로 빠트려 결과적으로 역전의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두산의 구원투수 박명환이 박종호와 박재홍을 잇따라 볼넷으로 출루시켜 주자는 1사 만루의 상황이 됐다.
심정수가 삼진으로 물러나고 이숭용이 타석이 들어선후 주심이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선언하자 김재박현대감독이 임채섭주심에게 어필을 했다. “박명환의 투구폼에 문제가 있다”는 게 김감독의 표면적인 어필 이유였지만 속내는 따른데 있었다.
경기후 “박명환의 리듬을 끊기 위한 것도 고려했다”는 김감독의 말처럼 ‘상대투수 흔들기’가 목적이었다. 결국 박명환은 이숭용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시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계속된 2사만루에서 박경완 두산의 마무리투수 진필중의 3구째 몸쪽 높은 직구를 끌어당겨 중견수 키를 넘기는 주자일소 역전 2루타를 터뜨렸다. 박경완의 한방으로 이미 승부의 추가 현대쪽으로 기울어 버렸다. 호수비와 김재박감독의 교묘한 심리전이 어우러져 거둔 1승이었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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