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어린이 여덟 살 정도된 ‘쿠시아’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는 파키스탄 북서변방주 페샤와르의 거리에서구걸을 하며 살아간다. 맨발에 마른 명태처럼 야위어 있다. 자신의 나이도 모른다.두 달 전 아프간 북동부 낭가하르주에서 피란을 나와 이곳 난민촌에서 산다는 이 꼬마 소녀는 부모가 살아있는지 조차 모른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11일 밤(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얘기했듯이 아프간 어린이 3명 중 하나는 고아이다. 페샤와르의 거리나 시장에서 먼지투성이가 된 채 꾀죄죄한손을 내미는 어린이들은 수없이 많다. 어느 외국기자의 탄식조 표현을 빌자면 “페샤와르시에 파리수가 많은지 걸인 수가 많은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12일자 페샤와르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에는전날 밤 미국의 공습에 왼쪽 다리가 날아가는 등 온 몸에 상처를 입은 ‘아살라’라는 아프간 소년이 페샤와르의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는 사진이 실렸다. 잘랄라바드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던 소년이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미국의 어린이들이 세차를 하거나 이웃집 정원청소를 하는 등 용돈을 벌어 그 중 1달러씩을 모아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간 난민을 돕자는 캠페인을 제안했다. 쿠시아 자매나 페샤와르의병상에 있는 이름 모를 소년, 아프간 인접국에 흩어져 있는 수백만의 어린이들이 바로 국제사회가 시급히 구호의 손길을 뻗쳐야 할 대상이다.
아프간북부에서는 벌써 추위가 시작돼 보름 후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옷과 음식, 의약품 등을 지금 지원하지 못하면 내년 봄이 오기 전 10만여 명의 아프간 어린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릴 처지라고 국제아동보호기금(UNICEF) 관리들은 11일 말했다.
쿠시아나 잘랄라바드 소년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아프간 어린이들은 어머니를 도와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린이가장(家長)’들이다. 아버지나 형제들은 대부분 전장에 나가있거나 전쟁에서 불구가 된 처지이기 때문이다.
UNICEF의 한 관계자는 “아프간 어린이들은 그들의 나이보다 훨씬 오래 된 전쟁의 와중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이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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