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째를 맞은 천안 전국체전에서 서울이 선두로 나선 가운데 비공인 세계신기록1개 포함, 4개의 한국기록이 작성돼 풍성한 기록행진이 이어졌다.부순희(34ㆍ제주)는 12일 충북 청원군 충북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여자일반부 25m 권총 본선서 592점을 쏴 자신이 97년 작성한 종전한국기록을 1점 넘어선 뒤 결선에서 696.3점을 쏴 지난 5월 서울월드컵 때 타오루나(중국)가 세운 세계기록 693.3점을 경신했다.
부순희의 기록은 국내대회서 작성돼 공인을 받지는 못하나 종전 최금란(창원시청)이 수립한 한국기록(689.3점)을 무려 7점이나 넘어섰다. 이 종목서 이호숙(서산시)도 689.9점을 쏴 역시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영호(대전)는 11년만에 부활된 펜싱 플뢰레 개인전에서 국가대표 동료 김상훈(울산시)을 15-13으로 힘겹게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서울이 금33 은22 동메달25개로 선두로 나섰고 전북(금24개) 경기(금20개) 인천(금20개)이 추격하고 있다.
천안=이범구기자
■사격 세계신 부순희
“올림픽에서 잘 했어야 했는데.”
사격 25㎙권총에서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주부총잡이 부순희(34ㆍ한빛은행)는 기쁨보다 아쉬움이 앞섰다. 지난해 부산전국체전 기간에 시어머니가 암을 이기지 못하고 타계한 이후 언니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서 금메달을 따 투병중인 분들에게 위안을 주려 했지만 욕심이 앞서서인지 결선진출에도 실패하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말았다. 이 여파로 한때 선수생활 연장에 부담을 갖기도 했지만 아들 동규(7)군을 쳐다보며 마음을 다잡고 다시 사선으로 돌아왔다.
부순희는 “마음고생이 심해 태릉입촌도 거부했었지만 연맹과 주위 분들의 만류로 다시 권총을 잡게 됐다”면서 “부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좋은 성적이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부순희는 이 종목 세계최강을 10여년째 유지해오고 있지만 유난히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92 바르셀로나대회를 앞두고는 마지막 한발을 실수로 쏘지 않아 대표선발에서 탈락했고 96 애틀랜타 때는 4위, 시드니올림픽 때는 25위의 성적을 거뒀다. 두 차례 아시안게임서도 금맛은 보지 못했다.
부순희는 “같이 내려온 아들이 응원해 줘 도움이 됐다”며 “선수층이 엷어 당분간 선수생활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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