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는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여부가 큰 관심사였다.올해는 그런 관심이 없는 까닭인지, 미 보복전쟁 때문인지 남의 일처럼 지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인이 기초학문과 문학부문에서 이런 권위있는 상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노벨문학상은 우리가 매년 그렇게 관심을 갖는 대표적인 상이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 인도계영국작가 V S 나이폴이 선정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나이폴의 문학이 '주제나 소재에서 세계성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그의 작품을 통해 보는 세계성은 진지한 역사의식에서 시작되었다.
탈 식민주의작품이나 식민지 출신자의 성공이야기 그리고 이슬람의 전통과 현대를 둘러싼 고민 등을 쓴 소설이 그렇다. 이런 성찰은 현실에만 급급한 생각에선 보이지 않는다.
■나이폴은 끊임없이 제3세계를 보고 듣고 고민한 내용을 작품에 담았다.
그의 소설 주제는 제국주의 열강의 폭력과 마주한 식민지 지식인의 방황이었다. 하지만 선조의 고향인 인도를 방문한 이후 나이폴은 제3세계의 비판자로서 방향을 틀었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비판한 그의 최근작이 수상자 선정에 영향을 주었다는 평도 있으나 그가 본 원리주의는 개인과 국가, 그리고 세계를 탐구하는 모색에서 뒤떨어진 세상이었을지 모른다.
현실을 보고도 눈을 감은 채 머리 속을 선점한 논리에 안주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였을 것이다.
■긴 역사를 지닌 한국은 파란만장한 근ㆍ현대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이처럼 좋은 문학 토양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노벨문학상 후보로 떠오르는 작가가 없다는 것은 안타깝다.
나이폴은 10년 간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시와 소설이 팔리고 읽히는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왜 세계성을 띠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가. 물론 외국어 번역도 문제다. 하지만 작품성을 갖췄으면 이를 넘어서지 않았을까. 또다시 분발을 촉구하는 계절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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