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윤락 여성들이 관할 경찰서장과 파출소장에게 성 뇌물을 바쳤다는 법정 증언은 너무 충격적이다.억눌린 사람들을 보호하고 부정과 부패를 광정(匡正)할 책임을 진 사람들이 그런 짓을 했다니,도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가. 11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군산 윤락업소 화재사건 2차 공판에서 원고측 증인이 털어놓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윤락 여성들이 "노예같은 감금생활에서 도망치지 못하는 것은 포주와 한편인 경찰이 무섭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포주에게 진 빚을 갚으라며 차용증을 요구하는가 하면, 사기 혐의로 멋대로 기소중지해 버리는 경찰관도 있다니 그렇게 믿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명절 때면 업주들이 돈을 모아 관할 파출소와 경찰서에 상납하고, 담당 형사들에게는 언제라도 술 대접과 성 뇌물을 바친다는증언도 있었다.
단속이 있을 때 미리 연락을 해주어 몸을 피하게 하는 것쯤은 최소한의 서비스였던 셈인가.
법정에서는 지난해 9월 화재사건때 불에 타 죽은 윤락녀의 일기장도 공개됐다.
"하느님, 나 좀 도와 주세요. 인간답게, 사람 사는것처럼 살고 싶어요."
밖에 철창이 쳐진 0.8평짜리 쪽방에 갇혀 타 죽은 스무 살 처녀는 노예와 다름없는 감금생활에 절망한 나머지,한때의 잘못 생각을 원망하는 글들을 빼곡하게 적어 놓았다.
다섯 명의 '성 노예'들이 그렇게 죽었는데도 경찰과 검찰은 말단 직원 몇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말았다.
15개 시민 단체들이 연대한 항고와 야당 의원들의 재수사 촉구에도 '혐의 없음'으로 일관해 왔다.인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말을 부끄럽게 한 이 사태 처리에, 분노한 국민의 시선이 집중돼 있음을 수사당국은 알아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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