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에 오른 슬러거레지 잭슨(55)은 정규리그 21년 동안 통산타율 0.263에 불과했고, 분위기를 망치는 삼진(2,597개)과 실책(142개)으로도 악명 높았다.하지만 잭슨은 월드시리즈 무대에 섰을 때 타율 3할5푼7리, 홈런 10개, 타점 24점으로 맹활약, 원조 ‘10월의 사나이(Mr. October)’가 됐다. 반면 정규리그를 화려하게 마무리 짓고도 포스트시즌에 나오면 고개를 숙이는 ‘두 얼굴의 빅리거’가 셀 수 없이 많다.
양대리그를 오가며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등 현역 최고의 좌완투수로 꼽히는 랜디 존슨(38ㆍ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예외가 아니다.
존슨은 11일(한국시간) 뱅크원볼파크에서 계속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서 선발등판, 1회 루키 알베르트 푸홀스에 투런홈런을 맞는 등 8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으로 3실점(자책), 패전투수가 됐다. 삼진은 9개.
존슨은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이던 1995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리그챔피언십 6차전부터 포스트시즌 7연패의 늪에 빠졌다. 포스트시즌 통산 전적도 2승7패, 방어율 3.67로 정규리그 통산 200승101패, 방어율 3.13과 비교해 크게 뒤진다.
존슨은 “상대투수보다 내가 잘못 던졌기 때문에 나를 비난해도 좋다”고 태연한 척 했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월드시리즈 첫우승에 도전하는 애리조나는 빨리 존슨이 포스트시즌 징크스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봅 브렌리 애리조나 감독도 경기 후 “존슨이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에 타자들이 1점도 뽑지 못했다”며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워주려고 애썼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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