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 톰 브라운 지음·지호발행그 인디언의 이름은 ‘뒤를 밟는 늑대’였다.
가장 빈틈없고 노련해야 하는 늑대 사냥을 잘 해냈던 일곱 살 때 붙여진 것이었다.
용맹스러운 사냥꾼이었던 그는 열 살 무렵부터‘할아버지’로 불리기 시작했다. 인디언에게 ‘할아버지’는 나이든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아니다. 그것은 종족 내에서 가장 지혜롭고, 부족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며, 정신적ㆍ육체적 가르침을 베푸는 선택받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할아버지’는 ‘뒤를 밟는 늑대’가 산등성이에서 고대의 전사 모습을 한 유령을 만난 뒤 얻어진 이름이었다.
그가 본 것은 정찰병과 치료사의 길을 밟은 뒤 비전을 찾아야 부족을 떠나야 한다는 유령의 계시였다. 20대의 어느날 그는 부족과 헤어져 길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저자인 톰 브라운이 어렸을적 만난 인디언 아파치족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브라운은 할아버지에게 야생에서 살아가는 생존지식을 전수받았다. 그는 할아버지의 삶을 들으면서 자연의 비밀도 함께 배웠다.
할아버지는 원초적인 자연 공간인 데스 벨리와 그랜드 캐년, 아마존 정글과 북극을 탐험했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단적인 체험을 통해 할아버지는 자연의 가르침을 알게 됐다. 살이 타들어가는 사막의 바위 밑에서 살아가는 도마뱀이 할아버지에게전한 것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브라운에게 “전쟁과 미움은 아무 것도 바꿔 놓을 수 없으며, 오히려 증오만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연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었다. 할아버지는 백인에 대한 미움을 접고 백인 부랑아들을 돕기 시작했다. 인디언 보호지역의 종족을 찾아가 인디언의 전통 문화를 전하기도 했다.
인디언들은 그러나 자신들의 문화를 일구지 못하고 백인도 인디언도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회의를품었던 할아버지가 만난 사람이 이웃 소년 브라운이었다. 소년과의 만남이 운명이라고 확신한 그는 브라운에게 원초적인 자연의 세계를 가르쳤다.
할아버지와 헤어진 뒤에도 브라운은 자연에서 동물처럼 맨몸으로 떠돌면서 살았다. 백인인 그는 발자국 하나만 갖고 동물들의 행적을 좇고, 목숨을 걸고 실종자들을 찾아내는 추적자가 되었다.
브라운이 배운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었다. 그는 자연이 지배하고 정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인격체라는 것을 배웠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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