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역(逆) 아웃소싱.'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구조조정 및 비용절감 차원에서 아웃소싱(외주)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가운데 반대로 자체 조직과 인력을 다른 업체에 빌려주는 ‘역 아웃소싱’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아웃소싱이 기존 조직을 슬림화하는 대신 홍보, 재무, 회계 따위의 주요 기능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이라면 역아웃소싱은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도 기존의 유휴 시설과 조직을 활용,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남는 시설과 조직을 빌려준다
역아웃소싱이 가장활발한 분야는 식품과 생활용품 업계. 대기업이 유통망이나 영업조직을 중소제조업체에 유상으로 제공, 관련 업무를 대행해주는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있다. 이는 제조업체의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남이 만든 제품에 자기 이름을 붙여 파는 기존의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과도 근본적으로다른 방식이다.
사조참치, 몽고간장, 홍삼원, 유동골뱅이, 태양표 부탄까스…. 다들 눈에 익은 중소기업의 제품들이지만 이 제품의 실제 판매원은 제일제당이다. 제일제당은 설탕, 밀가루 같은 소재류와 가공식품,음료, 제약, 생활용품, 화장품 등 3,000 가지가 넘는 제품을 취급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를 대행해주고 있다.
대행을 맡은상품의 연간 매출만 무려 1,000억원 선. 웬만한 중견 식품회사가 자체 영업조직을 풀가동해서 수십여 종의 아이템을 1년간 파는 금액과 맞먹는수치다.
풀무원은 최근 씻지않고 바로 물을 부어 지을 수 있는 ‘씻어 나온 쌀’을 개발한 벤처기업 라이스텍, 기능성 계란 전문업체 가농바이오㈜와 잇따라 영업대행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풀무원의 영업사원이 제품의 판촉 및 영업활동을대행해주고, 자체 냉장시스템을 통해 물류까지 책임지는 형태다. 풀무원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기존 시설의 가동률이 갈수록 떨어지고있어 당분간 외부업체의 판매대행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상은 지난 해 경기 의정부시에 송추물류센터를 준공한 이후 유통시스템을 갖추지못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물류 대행 업무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현재 소망화장품, 고려은단, 신일산업 등 20여개 업체를 ‘클라이언트’로확보한 상태. 대상 관계자는 “어차피 남아도는 시설을 다른 업체에 대여해 활용하자는취지”라며 “단순 물류뿐 아니라 영업 및 판매 대행 등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말했다.
■누이좋고 매부 좋은 ‘윈윈 게임’
역아웃소싱은 제조업체 입장에선 영업이나 마케팅, 물류 등을 외부에 맡김으로써운송비용과 인건비를 절감하고, 대행업체는 구조조정이나 추가 투자의 부담 없이도 기존의 유휴 조직과 인력을 활용,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효과’가 있다. 감원과 구조조정이 화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요즘 같은 불황기에 대기업들이 역아웃소싱에눈을 돌리는 이유다.
실제로 라이스텍의 ‘씻어나온 쌀’은 출시 당시 월 매출이 3,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5월 풀무원과의업무제휴를 시작한 이후로는 월 4억원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제일제당이 한국 유니참의 위탁을받아 지난 해부터 판매대행 중인 여성생리대 ‘소피’의 경우 1년도 채 안돼 200억원의 판매고를 달성,단숨에 업계 1위 브랜드로 떠올랐다.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지닌 제조업체와 방대한 유통망을 지닌 대기업의 판매노하우가 절묘하게 결합한 결과다.제일제당 관계자는 “제조업체는 기술개발과 생산에만 충실할 수 있고, 대기업은과외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대기업간 위탁 대행이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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