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자유 시장.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국제 도서전은 이 말의 의미를 실감케 하는 현장입니다.
지구상에 있는 수백만 종의 책이 인류가 가꿔온 ‘사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줍니다. 전시장을 찾은 세계 각국 30여 만 명 방문객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활기야말로 ‘자유’의 참모습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책을 놓고 진행되는 출판업계 종사자들의 비즈니스 경쟁을 보고 있노라면이 거대한 도서전이 ‘시장’의 원형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니까요.
이 시장에 지금 한국에서 온 500여 명의 출판인들이 뛰어들었습니다.
젊은 층이 주축인 출판사 경영자와 편집자들부터 북 디자이너,외서 수입업자와 에이전트는 물론 번역자, 학자, 작가 등 한국 출판계는 지금 통째로 프랑크푸르트로 옮겨 온 느낌입니다.
6일의 전시회 기간 동안 그들은 그 넓은 전시장을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며, 거의 30분 간격으로 외국 출판사와 미팅을 가지면서, 판권을 따거나 우리 책의 저작권 수출을 위한 상담을 벌입니다.
전시장에서 1991년 이 도서전에 처음 와본 후 꼭 10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는 한 출판인을 만났습니다.
10년 전 만해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참관하는 한국 출판계 인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였다는군요.
당시 국내에서는 톱클래스의 출판인으로 꼽히던 그 자신, 이 도서전을 보고 비로소 세계적 출판시장의 모습에 새롭게 눈을 떠 아예 출판평론가로 전신했다지요.
아무튼 그 10년 세월 동안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인해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은 지금은 한국 출판인이면 누구나 한 번은 거쳐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도서전을 찾는 출판인들의 엄청난 증가, 참가 출판사들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한국 출판문화는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라는 인식이 절실하게 와 닿았습니다.
“밥보다 고추장이 더 많다”는 한 젊은 출판인의 자조 섞인 비유처럼, 괜찮은 책이다 싶으면 우르르 달려 들어 제살깎아먹기식 판권다툼을 하는 행태는 여전합니다.
출판협회와 몇몇 출판사가 함께 만든 한국관이나 개별 출판사가 힘들게 마련한 단독 전시관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외국인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하는 초라한 모습입니다.
세계적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최소한 살아 남고 나아가 그것을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기르는 것, 프랑크푸르트에서 새삼 느낀 우리 출판문화의 절박한 과제입니다.
/프랑크푸르트=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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