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KBS의 사극 '태조 왕건'내용에 신라 경애왕의 후손들이 반발하고 있다.9월 29, 30일 방송에서 경애왕의 최후가 너무나도 굴욕적이고 수치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만든 흥미위주의 사실왜곡"이라는 주장이다.
역사에 토대를 두면서도 허구인 드라마.그래서 사극은 늘 역사왜곡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경애왕이 견훤에게 목숨을 구걸하면서 무릎을 꿇고 걸어가 술을 따르고 바닥에 쏟아진 술을 개처럼핥았을까.
역사는 그렇게까지 비굴한 최후를 기록하지 않았다. 이전에도 고려의 나주공략에서 남동풍을 불러들이거나 견훤의 아들 금강이 화살이 박힌 눈알을 뽑아 먹는 상황 등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삼국지'에 나오는 상황이 차용된 적도 있다.
SBS의 '여인천하'는 이미 원자가 결정돼 있는 역사적 상황과는 달리 세자책봉을 둘러싼 물밑싸움을 오랫동안 끌었다.
방송사는 역사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오면 '픽션'임을 방패막이처럼 내세운다. 역사적 사건의 리얼리티를 강조하다 보니 문화재에 입히는 피해도 만만찮다.
실제 포석정에서 촬영한 '태조 왕건'에서의 견훤의 서라벌 진입. 군사들이 사적인 포석정을 짓밟는 장면이 여과없이 비쳐졌다.
제작진은 "담당공무원이 현장을 지켰고 석조물이므로 훼손의 여지는없다"고 밝혔지만 일반인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요즘 사극의 인기는 높다. '태조왕건'의 이환경 작가처럼 인기 사극작가를 끌어들이기 위해 방송사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시청률을 담보로 '역사'와 '허구'의 장점만을 입맛에 따라 제멋대로 취하는 것은 사극의 분명한 횡포다.
/문향란 문화과학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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