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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soccer] 홍명보의 두번째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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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soccer] 홍명보의 두번째 시련

입력
2001.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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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미국월드컵 한국_독일전(2-3패)이 끝나자 중계하던 아나운서는 “홍명보 같은 선수가 둘 정도 더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며아쉬워했다. 90년대 국내최고의 축구스타로 평가받는 홍명보에게 잘 어울리는 칭찬이었다고 생각한다.프로축구 사상 신인으로 유일하게 최우수선수(MVP) 등극(92년), 국내 최초의 연봉 1억원 돌파, 국내선수중 A매치 최다출전(123회), 국제축구연맹(FIFA) 선수위원 등 몇가지 사례만 들어도 홍명보의 진가는 나타난다.

인간적인 면에서도 그는 스타였다. 어린 선수들을 위해 축구 장학금을 내놓기도 했고 일본 J리그 벨마레 시절 외국선수로 유례없이 주장을 지냈다. 동료들과의 전술토론 때면 그가 내린 결론에 이론이 없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이해도나 통솔력도 뛰어났단다.

그러나 홍명보가 완벽한 선수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면도 있다. 90년대 중반 당시 포항의 허정무 감독은 4-4-2시스템을 쓰지 않는 이유를 “홍명보가 스위퍼일 때 능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팀에서 비중이 가장 큰 홍명보를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은 3-5-2시스템에서 스위퍼라는 것이 허 감독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나 대표팀의 거스 히딩크감독은 최근 “홍명보는 일자수비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다”며 수비라인을 홍명보 중심으로 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했다. 이는 한국축구의 큰 틀이 홍명보 중심에서 탈피하게 된다는 중요한 의미가 담긴 발언이었다.

홍명보에겐 큰 시련이 되겠지만 어차피 한국축구가 선진축구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히딩크 감독의 말이 지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92년말 인터뷰 때 홍명보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90년 월드컵이 끝난 뒤 이만하면 자격이 된다는 자신감에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했어요. 그런데 거절 당했지요. 축구선수라는 사실을 부모에게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는 거였어요.”

그의 말에서 당시의 시련은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음을 느꼈다. 이제 홍명보는 두 번째 시련을 맞은 것 같다.하지만 지혜로운 홍명보에게 시련은 또 한 번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 내년 월드컵에서 달라진 홍명보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유승근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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