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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 BAT코리아 존테일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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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 BAT코리아 존테일러 사장

입력
2001.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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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테일러(47)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코리아 사장은 가을 낙엽 태우는 냄새를 유난히 좋아한다.그런 그에게 이번 가을은 예사롭지 않다. 8월 초 국내 담배제조 공장설립을 선언한 후 본격적인 준비작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정부가 담배제조 허가권을 민간기업에게 처음 내주는 입장이어서 실무 절차가 다소 지연되는 감은 있지만 내 달 20일께면 경남 사천시 진사지방 사업단지에서 공장 기공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10년간 1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우선 1,000억원을 들여 짓는 경남 BAT 사천 담배제조 공장시공이 코 앞으로 다가 온 만큼 한가하게 가을을 즐길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는 생동감 넘치는 시장의 한 가운데 서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영업통이다. 경쟁업체들이 혀를 내 두르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현장을 중시하는 영업통의 근성에서 나왔다.

‘애연가들이 건강을 생각해 담배가 꽁초가 될 때 까지 피우지 않는다’는 끽연 심리를 마케팅으로 연결, 길고 가는 던힐 담배를 출시해 공전의 히트를친 것은 담배업계에서 유명한 얘기다.

1998년 BAT 필리핀 지사장을 맡고 있던 그는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시장인 한국 책임자로 전격 발탁됐다.

외환위기 직전보다 매출이 70% 준 한국시장에서 ‘세이브 코리아(Save Korea: 한국 구출작전)’의 중책을 짊어지고 온 그로서는 고민 때문에 줄 담배가 그칠 날이 없었다.

“미국 등 해외에선 담배를 처음 배우는 이유가 멋있고 낭만적이며 남성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 때문이란 마케팅 통계가 있죠.

그러나 한국은 학생 주부 직장인 등 사회전체가 심한 스트레스에 찌들려 어디론가 이를 뿜어내야 하는 중압감으로 담배를 피우는 것 같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생활화한 한국인들의 흡연은 스트레스 해소용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한국경제가 다시일어서고 국내 소비자들이 뛰어난 품질과 세련된 브랜드의 담배를 찾을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2년 여를 버텼다.

결과는 BAT의 대표 브랜드인‘던힐 라이트’ 의 매출신장으로 나타났다. 98년 200만 갑의 판매에 그쳤던 ‘던힐’ 브랜드 제품은 2년 만에 2,250만 갑 판매로 10배이상 늘었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담배 시장 자체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중 더 많은 사람들이 경쟁사 제품이 아닌 BAT의 브랜드를 선택하게하는 것이 영업통인 그의 과제다.

테일러 사장은 틈이날 때면 압구정동이나 홍대앞, 대학로 등을 직접 찾아 소비자들의 행동양태를 유심히 관찰한다.

세계 선두 담배업체와 시장 점유율 1%의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BAT의 입장에서 흡연자들이 어떤 담배를 원하는 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추석 보름달을 바라보며 꿈이 ‘구름에 달가듯’ 이뤄지길 기원할 만큼 우리 문화가 몸에 배 있다.

국내시장을 한국인보다 더 잘 이해하고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외국인 CEO로 꼽히는것도 이 때문이다.

“담배시장은 위축돼도영영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테일러 사장은 “한국 농민들이 재배한 한국산 엽연초로 만들어진 ‘Made in Korea’ 던힐 제품은 물론 새로운 한국산 브랜드가 하루빨리 소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존 테일러 BAT코리아 사장은 내달 중순께 한국 최초의 담배제조공장 기공식이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BAT코리아 어떤회사

브리티쉬 아메리칸토바코 (BAT)는 1902년 영국의 임페리얼 토바코와 미국의 아메리칸 토바코사의 합작으로 탄생했다.

전세계 180여 개 국에 지사와 66개국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직원 수는 90만 명. ‘던힐’ 과 ‘켄트’ 등 300여 개의 브랜드를 가진 BAT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4%로 10억 성인 흡연자의 6명 중 1명이 BAT 고객인 셈.

연간 순수익의 10 배가 넘는 200 억 달러를 미국 등 세계 각국 정부에 세금으로 납부한다.

BAT는 1997년 멕시코의 씨가레라 라 모데르나를 인수한 데 이어 99년 ‘살렘’ 등의 로스만스 (Rothmans)와의 합병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과 인터내셔널 브랜드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BAT코리아는 88년 담배 시장 개방에 따라 국내 시장에 첫 진출했다.

99년엔 모 기업의 기업합병에 따라 국내에서도 로스만 코리아를 합병한 이 회사는 기구를 대폭 확대 개편하고 세계적인 브랜드인 ‘던힐’을 제품군에 포함, 성장을 한층 가속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던힐 라이트’는 외산 담배시장에서 지난한해 동안 200% 이상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며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 브랜드.

수입 담배 업계에서 유일하게 제품의 유통과정에까지 직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BAT는 전국 10개 도시에 16개 영업 지사와 500 여명의 영업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담배와 흡연관련 주요 이슈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www.batkorea.com)를 개설했고 4월 현대자동차의 모터 스포츠 팀인현대 월드 랠리 팀과 2001년 시즌 공식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의 키워드

“당돌할 만큼 원대한 꿈을 갖자. 그리고 목표에 다가설 수 있게 확고한 비전을 펼쳐라”

테일러 사장은 지난해 시무식에서 BAT전직원들에게 ‘올해의 미션’을 부여했다.

일본 JT사를 제치고 수입담배업계에서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자는 것. 이는 전년도대비 33%의 성장을 뜻하는 것으로 직원들로선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미션 임파시블’은 달성됐다. 히트한 영화는 항상 속편이있듯 올해 시무식에서 ‘50%의 매출 성장’이란 미션을 그는 또 던졌다.

과연 그 결과는? 최근 카페나 술집에서 외산담배를 즐겨 피우는 끽연가들의 담배 브랜드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 성과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게 그의 답변이다.

“우리 일이란 단순하다. 소비자에게 모든 걸 거는 것이다”

영업으로 단련된 테일러사장은 스스로 전천후 영업맨 임을 자처한다. 예정된 회의가 아니면 거의 자리에 붙어있는 적이 없다.

어느날엔 광주에서 직원들과 영업에 나설 때도있고 종로, 압구정동, 홍익대 앞 등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자리에 앉아 통계 수치만을 두드리기 보단 직접 시장에 나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현장’을 우선으로 꼽는다. 던힐 라이트의 매출신장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 정신 없이는 성공도 없다”

테일러 사장은 ‘조직’이란단어 속에 개인이 함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조직적인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개인의 자유스럽고 창의적인 정신이 살아 꿈틀거릴 때 조직이 산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험정신을 조직을 한 걸음 성장시키는 엔진으로 간주한다. 누구나 실수는 있다.

그러나 실수가 두려워 개인의 창의성을 죽이는 조직논리는 과감히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존 테일러 사장 어떤 사람

출생: 1954년 호주 남동부 항구도시 멜버른 출생

학력: 영국런던 존 ?H햄 대 졸업

경력: 담배회사근무 21년으로 영업 통/ 호주 필립 모리스(1980~93)/ BAT코리아 마케팅 본부장(1993)ㆍBAT 필리핀지사장(1996)/ BAT코리아 사장 취임(1998)

취미: 여행, 승마, 개 기르기 등 지극히 호주적인 것에 대한 애정

특이사항: 한국에서 스키를 처음 배운 스키광

가을 로맨스: 우연히 3번 만난 한국여인과 3개월 열애 끝에 결혼한 사연

가을에 찾고 싶은 곳: 설악산, 덕수궁 돌담길

흡연정도: 하루한갑

e메일: john_taylor@b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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