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金炯基) 통일부 차관은 5차 장관급회담이 열린 지난달 15일 정색을 하고 "북측이 쌀과 같은 너저분한 것은 제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러나 불과 4시간 후 북한 언론이 식량지원을 포함한 11개 의제를 공개하면서 그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쌀 지원 은폐 소동은 9일에도 이어졌다.
김 차관은 이날 아침 쌀 문제가 당정에서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절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1시간 후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제1정조위원장은 "당정이 쌀 30만~40만톤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금 뒤 국회 박명환(朴明煥ㆍ한나라당) 통외통위 위원장은 홍순영(洪淳瑛) 통일부 장관의 말을 인용, "쌀 10만톤, 옥수수 20만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뒤늦게 "확정되지 않아 부인했다"면서 "지원량은 쌀 30만톤 등 모두 40만톤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쌀 지원은 출발부터 명확하지 않았다.
대북 쌀 지원 실무책임자인 조명균(趙明均)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5차 장관급회담 당시 북측으로부터 '구체적' 공식 요청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지원량과 시기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장관과 차관은 "(북측이) 양은 언급하지 않고 지원 요청만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장ㆍ차관의 말이 맞다면 정부는 북측이 요구하는 양도 모르면서 주겠다고 나선 셈이다.
정부는 국민합의에 기초해 투명한 대북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해 왔다. 여야가 모처럼 쌀 지원에 공감대를 이뤄가고 있는데도, 통일부는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눈치만 보고 있다.
대북지원은 솔직하게 사실을 알리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동준 정치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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