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10월11일 프랑스의 생물학자 장 앙리 파브르가 작고했다. 향년92세.남프랑스 생레옹의 빈농 집안에서 태어난 파브르는 멀고 험난한 길을 통해서 학자가 되었다. 그는 아비뇽의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카르팡트라스의 초등학교 교사로 이력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몽펠리에 대학에서 물리와 수학을 공부한 뒤 코르시카의 아작시오 중학교에 교사로 채용되었고, 4년 뒤에 이학사 자격을 얻으며 아비뇽의 한 고등학교로 옮겼다. 파브르는 32세 되던 1855년에 벌의 생태에 대한 연구로 소르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이 무렵부터 곤충 연구를 라이프워크로 삼고 주목할 만한 글을 잇달아 발표했다.
영예도 따랐다. 그는 아비뇽의 르키앙 박물관 관장으로 임명되었고, 레지옹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그러나 대학 제도 바깥의 ‘재야 학자’였던 파브르는 관학파의 텃세로 이내 교단과 박물관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는 노년의 몇 해를 제외하고는 일생을 대체로 가난하게 살았다.
파브르는 일생 동안 100권에 가까운 저작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남프랑스에 서식하는 곤충들의 관찰 기록을 10권에 담은 ‘곤충기’(1879~1907)다. 흔히 ‘파브르 곤충기’라고 불리는 ‘곤충기’는그 관찰의 세밀함만이 아니라 그것을 기록한 문장의 시적 아름다움으로도 유명하다.
다시 말해 ‘곤충기’는 문학 텍스트로서도 훌륭하다. 동시대의 시인 빅토르 위고가 파브르를 ‘곤충의 호머’라고부른 것은 ‘곤충기’의 문체가 내뿜는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실제로 파브르는 만년에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스웨덴 학사원이 수여하는 린네상을 받았다. ‘곤충기’ 외에 국내에 소개된 파브르의 저서로는 ‘식물기’가 있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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