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시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할 때부터, 우리는 이 전쟁이 탈레반을 붕괴시키고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붙잡는 일로 매듭지어질 사안이 아니라고 보았다.최근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이 이런 예상과 맞아떨어진다.
그는 서한에서 공격 받은 국가의 자위권을 규정한 유엔헌장을 들어 “다른 조직과 국가에 대한 추가행동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언급해 국제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전쟁을 주도하는 미국의 전쟁확대 가능성을 뜻하는 것으로 지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미국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탈레반과의 지상전을 목전에 두고 벌이는 전술적 수사(修辭) 측면의 경향도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중동의 반미회교국들이 탈레반에 동조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월남전 수렁의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는 미국정부가 무엇보다 전쟁의 단기전화에 신경을 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확전가능성을 과소평가할 수만은 없다.
지금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부시정부의 전열이 체니 부통령과 라이스 안보보좌관 등 강경파가 확고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부시의 아버지가 치렀던 걸프전 때 쿠웨이트수복으로 전쟁을 제한하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방치한 데 따른 사후논란이 현 정부에는 교훈이 되고 있다.
더구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에서 별 저항 없이 탈레반 거점을 거의 파괴하는 전과를 올린 미국정부가 확전의 다목적 의미에 구미가 당길 가능성도 충분하다.
만약 이런 의도가 있다면, 이는 세계평화는 물론, 미국을 위해서도 경계할만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확전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공습이 끝나면 미국은 매우 민감한 지상전을 벌여야 한다.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반미감정으로 꽉 차 있는 이슬람의 연대가 어디서 폭발할지 모른다.
이야말로 세계가 우려하는 '문명 충돌'의 서곡이 될 것이며, 모든 희생을 각오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부시가 언급한대로 테러와의 전쟁은 인내가 필요할 정도로 시간을 요한다.
군사작전만으로 결코 해결할수 없는 일임을 깨닫는다면, 동맹국마저도 걱정하는 아프간 국경 밖으로의 확전보다는 제한전과 함께 국제연대강화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라면 이를 가능하게 할 힘과 자원과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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