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들은 제3국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공격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랍연맹 22개국 회원국 외무 장관들은 9일 카타르 도하에서 긴급회담을 열고 “테러와의 전쟁은유엔을 중심으로 전개돼야 하며 테러를 이슬람과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강조했다.미국이 ‘추가 행동’ 대상으로 시사한 이라크의나지 사브리 외무부 장관은 특히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구원(舊怨)을 풀려는 치졸한발상”이라며 “미국은 명백한 침략 행위인 아프간 공습을 먼저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파르쿠 알 샤라 시리아 외무부 장관도 “불법 탄압에 대한합법적인 저항과 테러는 분명 구분돼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슬람과테러를 동일시하는 시각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테러는반대하지만 부당한 군사 행동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등 15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57개 이슬람 국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10일 도하에서 열린 이슬람회의기구(OIC)회의도 미국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참석자들은 “테러와의 전쟁은 단지 공습을 앞세운 군사적 수단만이 아닌 자금 지원 차단 등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 평화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데 입장을 같이했다.
아랍권은 그러나 테러 발생 이후 미국이 아프간을 공습하기까지 오사마 빈 라덴과 미국에 대한 ‘분열상’ 을 보여 이 같은 합의가 구두선에 그칠 공산도 있다.아랍의 맹주인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한 반면, 이란과 이라크 등은 반대하는 등 각국은 이해 득실을 따지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일부 국가는 외무장관 회담 15개 합의사항에 대해서도 “공습은 이해하나 민간인 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식의 합의가 이슬람 전체의 의견이냐”며반발하고 있다. 카타르의 정치 분석가 모하마드 알 미스퍼는 “대부분은 미국의 아프간 공습을 비난할 만한 정치적 의지가 결여돼 있다”며 “이슬람 각국은 지금 미국과 자국 국민 모두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곡예를 하고 있다”고지적했다.
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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