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이후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공습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슬람권에서 반미 시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집단 행동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슬람권의 반발은 미국의 공격 이전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사안이지만 반발 움직임이 조직화하고 격렬할 경우 미국의 대 테러 전쟁 수행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공습 이틀째인 8일 중동과 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에서 결렬한 시위가 발생, 팔레스타인 진압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2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하는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이날 급진 이슬람주의자 500여명이 미국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으며 다른도시들에서도 수천명의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을 보이콧하는 아랍 20개국’ 대표단이 이날부터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4일간 일정으로 회담을 시작했고, 9일에는 22개 아랍연맹 회원국들이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이틀 일정으로 머리를 맞댄다. 세계 최대 이슬람 정치기구인 이슬람회의기구(OIC)도 10일 도하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1951년 결성된 이스라엘을 보이콧 하는 아랍 20개국 회의는 199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평화협정 이래 중단돼 오다 이번 대 테러전쟁을 계기로 8년 만에 처음 소집됐다.
아랍연맹과 OIC는 미국의 테러리즘 규정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아프간 난민들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아랍 연맹 회의 참석자인 가지 아리디 레바논 정보부 장관은 “미국이 아랍과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아랍연맹 회의와 OIC 회의에 앞서 공격을 개시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공격은 이슬람 국가들에게 적대감과 통제 불가능한 역반응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들이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강력하게 비판할 경우, 미국이 지상군 파병 등 향후군사 작전을 전개하는데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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