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뷰 / 서울발레시어터의 '창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뷰 / 서울발레시어터의 '창고'

입력
2001.10.10 00:00
0 0

서울발레시어터가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 제작비 걱정없이 신작 ‘창고’를 만들었다.발레작품 하나로 한달 간(한전아츠풀센터, 11월 4일까지) 공연하는 기록을 세울 야심작이다. 한국 무용사상최초의 일이라 크게는 무용계의 경사다.

무용을 보고 '어렵다'는 말을 해본 사람은 그것이 ‘공손함을 가장한 불만’의 표시였다는 점을 어느 정도 시인할 것이다.

서울발레시어터 상임 안무자 제임스 전의 작품은 쉽다. 꼬인 것을 간단히 풀어내는 재능이 있다. 춤의 언어가 풍성하고 그 언어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창고’는 평범한 이야기에서 잔잔한 감동을 끌어내는 소재인 만큼 예술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안무력이 더욱 절실한 작품이다.

명동을 방황하는 주인공, 도둑 영화 보다가 선생님께 들킨 아이들, 버스에서 만난 여학생과의 짧은 사연, 고고장, 디스코 텍, 화염 속 데모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추억의 창고였다. 때로는 난장 같은춤으로 때로는 판토마임 극으로 풀어낸 요령이 남달랐다.

환타지와 열정을 창조하고 안배하는 세심한 균형감도 좋았다. 마법의 세계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현실적 인물들이 주인공의 추억을선택해 주는 서정적인 연출법은 발레 고유의 매력이었다.

연은경과 루돌포 파텔라가 환상의 세계를 지탱하는 힘이었고 주인공 나인호와 그의 첫사랑 역인 조현경은 배우의 연기력까지 담아 쓸쓸한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사물놀이와 합세한 군무진의 난타, 굿패 '노름마치'의 강렬한 북 연주, 빵을 사거나 애국가 장면에 일어나야 하는 관객의 괴로움(?)까지 지루해질 틈이 없는 공연이었다.

덤블링과 재즈로 시작된 고교생의 유연한 활력이 첫사랑의 키스로, 동정을 던지는 붉은 불빛의 그림자로 이동했고 결국 스트라빈스키의 ‘결혼’에 맞춰 차갑지만 운명같은 결혼식을 치르며 끝났다. 탁월한 음악 분석력과 자유로운 춤사위가 매력인 이 장면은 김인희 단장이 추구하는 두 마리 토끼, ‘예술성과 흥행성‘의 의미를 강조했다.

인간의양극적인 감정을 가감 없이 풀어놓고 그것을 다시 조율해간 작품 맛이 독특했다.

※공연 메모/11월 4일까지한전아츠풀센터.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ㆍ7시, 월 쉼. 문의 (02)582-9498, 예매 (지역번호 없이)1588-7890

문애령ㆍ무용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