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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노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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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노출시대

입력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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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前代未聞)의 뉴욕 세계무역센터폭발 테러사건은 참상으로 봐 전쟁이나 다름 없었다.삼풍백화점 사고의 수백 배에 해당한다는 이 사건은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지만 헤아릴 수없을 정도의 정신적 상처를 남겼다.

전쟁에 참여한 훈련된 병사나 전문가와는 달리 일반 시민들이 거의 무방비상태에서 이 사건에 노출되었고 민감한 일반인들 중에는사고현장에 없었다 하더라도 미디어를 통한 2차적인 심적 충격으로 장애가 생길 수 있어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정신과적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테러사건이후 폭발사건 장면,비행기 소리, 타는 냄새등의 사소한 자극에도 참혹했던 현장을 연상하는 플래시 백 현상도 보이고있다.

부인과 자녀들은 더욱 가까이서 스트레스를 겪어 정신과적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이 사건은 결국 부부갈등, 행복감 감퇴, 빈번한 가정폭력,자존심의 저하, 적응기술과 문제를 다루는 능력의 감퇴, 자녀의 행동문제 등 가정의 붕괴까지 유발, 사회적 문제로 진전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라는 현상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의학에서는 질병과 관련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트레스는 적절한 경우 개체의 발달과 성숙에 도움을 주지만, 과도하면 우울증, 불안, 고혈압, 당뇨, 암등 질병의 원인이 된다.

즉 스트레스는 신체적ㆍ정신적 과부하가 걸릴 때보이는 일반 경고반응인데, 자율신경계의 활성화로 생리적 변화가 초래된 것을 정상상태로 회복하기 위한 적응기능으로 본다.

이 개념은 이미 역사이래 시작되었다고 보는데 특히 전쟁에 의한 스트레스 후유증상은 호모의 일리아드, 키케로의 편지, 세익스피어의 헨리4세 등에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평화시기에는 이 증상에 대한 기록이 없다. 전에는 후유증이 전쟁을 통한 정신적, 신체적 외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19세기 말 미국의 남북전쟁, 20세기 들어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이후 상세히 기술되고 비로소 밝혀지기 시작했다.

한때는 전쟁 노이로제라 일컬어져 전투에서 남자답게 용감하게 싸우지 못하고 기피하는 겁쟁이로 잘못 판단된 시기도 있었지만 월남전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개념이 정립됐고 다양한 치료법이 시도돼 왔다.

오늘날에는 전쟁, 테러, 지진, 화산폭발, 홍수등 천재지변과 건물붕괴,화재, 대형 교통사고 등의재해, 성폭행, 아동학대 등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인정되고 있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일상 스트레스와는 달리 생명에 영향을 줄 정도의스트레스를 경험한 후 그때와 같은 상황을 다시 경험하는 것(사고 시와 똑같이 행동하고 느끼는 상태), 불안 공포 가슴 두근거림, 혈압상승 외상을 겪었을 때 떠오르는 것을 회피하는 현상,사고 현장에 가는것을 기피하고 기억장애, 멍한상태, 분노폭발, 경각심고조 등을 보이며, 악몽, 불면증, 두통, 가슴답답함 등 다양한 증상도 동반된다.

또 대인관계에 지장을받고, 오해를 받게되어 고립된 생활을한다. 때로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알코올 또는 약물 중독에 빠진다.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만성우울증, 불안장애 등으로 이어진다.

정신과 질환중 원인이 분명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인재로 볼 수 있는 전쟁, 테러, 각종사고 등 외상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미리 제거하는 예방적 근치가 우선이다.

재해에 대한 안전교육 및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피해를 최소화 할필요도 있다.

즉 희생자, 그 가족, 구조자에 대한 적극적인 진단, 체계적인 치료방법,예상되는 후유증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외상을 겪고 수개월, 수년 후에도 나타날 수 있는 지연발병을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재난에 해당하는 대형 사건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현장복구, 신체적 손상에 대한 치료뿐 아니라 더 큰 고통을 가져오는 정신적 후유증에도 정부와 사회가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문용 박사 서울보훈병원 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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