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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아프간 공격 / 몸사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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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아프간 공격 / 몸사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입력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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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되자 격렬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됐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뜻밖에 숨을 죽이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공습 이후 일어난 주민들의 반미 시위에 대해 유혈 진압까지 감행하는 등 오사마빈 라덴과 관련이 있다는 이미지를 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8일 가자지구내 이슬람대학에서는 미국의 아프간 공습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는 팔레스타인 경찰이 충돌, 30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부상했다. 대학생이 중심인 시위대는 “오사마 빈 라덴”을 연호하며 미국의 공습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과 휴전 준수 여부를 둘러싼자치정부와 하마스 등 무장세력의 알력이 깊어지면서 나온 수년 간 최악의 내분이다. 앞서 자치정부는 무장세력의 휴전 협정 파기 행위를 경고하면서 이스라엘 당국이 수배한 팔레스타인 전사 중 2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자치정부는 공습에 대해서도 논평을 거부하다가 8일에서야 원칙적인 비난 입장을 표명하는 정도에 그쳤다. 특히 빈 라덴이 대미 항전에 팔레스타인 지지를 요청한 데 대해 야세르 아베드 라보 정보부 장관은 “무고한시민을 살해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며 “팔레스타인의 이름으로 범죄가 저질러지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해 사실상거부했다.

1991년 걸프전 직후 사담 후세인을 지지하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비난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도 자치정부 보안대원들은 취재기자들을 쫓아내는가 하면 반미 감정을 보도하지 말도록 요구했다.

목소리를 낮추기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시몬 페레스 외무부 장관은 8일 “미국의 공격은 용감한 결정”이라고 칭찬했고 정부 역시 “가능한 지원을 모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고, 빈 라덴과 팔레스타인의 연계 여부에 대해서도 거의 논평하지 않는 등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아랍권에 유화책을 쓰는 미국을 공개 비난했다가 미국의 엄중한‘경고’를 받고 위축된 상태인 데다 ‘참전’ 등 강수를 둘 경우 국민들이 전쟁 공포에 사로잡힐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걸프전 때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세례를 받은 이스라엘인들은 벌써 가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등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당국은 “이스라엘은 적극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은 없다”며 애써 진정을 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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