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으로 수도 카불에서는 탈출행렬이 이어지는가 하면 남쪽 파키스탄과 서쪽 이란 접경지대로 수많은 난민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공습으로 유엔의 구호식량 수송이 끊기면서 기아에 시달리는 수백만 아프간인의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공습이시작된 7일 이후 수도 카불의 밤은 폭음과 섬광, 대공포와 로켓의 굉음, 비행기 소리, 총소리로 얼룩지고 있다. 탈레반 정권은 국영 샤리아의 소리 라디오방송을 통해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지만 카불을 떠나는 주민은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은 일가족이 걸어서, 또는 당나귀가 끄는 마차나 메어터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무작정 황량한 시골로 향하고 있다. 한 주민은 로이터 통신기자에게 “도시에 있는 것보다 들판에서 자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 전체가 공포에 사로잡힌 집단패닉 현상은 아직 볼 수 없다”고 영국 BBC 방송은전했다.
○…1차 폭격이 지나간 8일 월요일 아침에는 카불 시내 상점들이 문을 열기도 했다. 여러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는 기도회가 열려 “조국과 이슬람을 위해 우리는 희생해야 한다”는 등 미국에 대한 성전을 촉구하는 소리가 높았다. 민간인은 폭격목표가 아니라며 안심하는 주민도 있었다.
탈레반은국영 라디오는 물론 BBC의 월드서비스 외국어 방송까지 활용해 국민들의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
9일 영국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공습 개시 몇시간 후 탈레반 대변인이 런던 BBC 본부 파슈툰어(아프간 공용어) 방송 담당팀에 연락해 항전의사를 알려왔다. 월드서비스 파슈툰ㆍ이란어 방송은아프간 국민의 60% 정도가 청취하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공습 다음날인 8일부터 안전을 이유로 아프간으로의 구호식량 수송을 무기한 중단했다. 워싱턴 주재 WFP 대변인은 “아프간에8,000톤 정도의 밀 재고가 있지만 매일 2,000톤 정도가 필요하다”며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아사 위기는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주재 스위스 구호기관의 루돌프 하게스씨는 “미국의 식량 투하는 선전용으로 무용지물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스테파니 벙커 파키스탄 주재유엔 대변인은 카불 공습으로 지뢰 제거작업중인 아프간인 유엔 요원 4명이 숨졌다고 확인하고 “무고한 민간인은 보호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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