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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억새축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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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억새축제 가볼까

입력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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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꽃이 터지는 억새는 이듬해 봄까지 산을 지킨다.영롱한 아침이슬을 맞아 반짝거리는 모습, 눈이 살짝 이고 있는 설화의 아름다움, 봄바람에 꺾인 처연한 매력 등 억새는 벌거벗은 산을 찾는 이들에게 위안을 준다.

그러나 억새의 절정은 이맘때부터 11월 중순까지. 이삭이 떨어지지 않은 꽃다발이 하얗게 일렁거릴 때이다. 억새명소마다 이번 주말 축제를 마련한다.

■민둥산(강원 정선군)

민둥산(1,117㎙)은 이름에서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정상 부분이 벗겨져 있다. 나무 한 포기 없는 꼭대기 평원은 거대한 왕릉을 연상시킨다. 산의 머리가 벗겨진 이유는 나물 때문이다.

정선 지역에서도 특히 이곳에서 산나물이 많이 났기 때문에 옛날부터 매년 한번씩 불을 질렀다. 요즘은 일부러 불을 지르는 일은 없지만 여전히 산나물은 많다. 봄에는 산나물 뜯기 대회가 열릴 정도이다.

평소 등반코스로 별로 인기가 없는 이 산은 가을이 익으면서 산사람을 부른다. 억새꽃 때문이다. 산행 코스가 길지 않고 가파른 곳이 없어 가족 나들이에 적격이다. 가장 긴 길을 선택해도 왕복 4시간. 어린아이는 걸리고 젖먹이는 업은 채 산에 오르는 사람도 많다.

산행은 증산역에서 멀지 않은 증산초등학교옆에서 시작된다. 산 옆구리의 능전마을에서 출발하면 발구덕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길이 1차선이라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오도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산 아래에 차를 놓고 발로 올라야 시간을 오히려 절약할 수 있다.

민둥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름답다. 태백산이 코 앞에 있는 듯 우뚝 솟아있고, 연이은 봉우리들이 파도 치는 바다처럼 펼쳐진다.

발 아래로는 증산읍과 동남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억새밭.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억새의 평원은 최고의 가을 추억으로 남기기에 모자람이없다.

13, 14일 억새풀 축제가 열린다. 축제추진위원회 (033)591-9141

■제주 한라산 중턱과 애월 해안

한라산의 가을 능선은 온통 억새밭이다.경사가 완만한 언덕에서 억새의 무리가 흔들린다. 한라산의 억새밭은 접근하기도 쉽다.

한라산을 빙도는 순환도로는 물론 관통로 곳곳에서 억새를 발견할수 있어 따로 등반이 필요없다.

가장 유명한 곳은 남제주군 성산 일출봉에서 성읍민속마을을 연결하는 1119번 지방도로의 양켠. 1119번 도로의 다른 이름은 ‘억새오름길.’오름이란 제주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은 분화구언덕을의미한다.

멀리 한라산을 배경 삼아 크고 작은 오름에 얹혀있는 억새군락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특히 서쪽 한라산 너머로 석양이 지면 황금빛 물이 든 ‘금억새’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바닷가에서도 억새를 볼 수 있다.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북제주군 애월읍 일대의 해안도로. 도로와 바다 사이의 긴 해안선에 억새가 지천이다. 검은 현무암 해안선 사이로 난하얀 억새꽃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곳은 또 일몰의 명소이기도 하다. 역시 ‘금억새’를 볼 수 있다.

13~15일 오라관광지구 일대에서제주억새꽃축제가 열린다. 제주도청 관광진흥과 (064)710-3333

■화왕산(경남 창녕군)

화왕산(757㎙)은 봄과 가을 일년에두 번 매혹적인 색깔을 띤다. 봄에는 온통 산을 불태우는 듯한 진달래가 압권이고, 가을이면 정상의 평원이 억새물결로 가득 찬다.

3시간 남짓한 화왕산 산행은 진흥왕순수비가 있는 창녕여중에서 시작한다. 40분쯤 오르면 도성암. 통도사의 부속암자로 깔끔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도성암에서 정상에 오르는50여분의 여정은 고통스럽다.

‘환장고개’로 이름 붙여진 이 가파른 언덕은 네 발로 기어올라가야 한다. 고개가 끝나는 곳이 정상. 화왕산성이 에워싼가운데에 밋밋한 분지가 있는데 이 곳이 억새의 군락지이다.

5만 6,000여 평의 분지에 억새꽃다발이 바람에 흩날린다. 화왕산에서는 초봄이면 이 억새를 태우는 행사를 여는데 커다란 산불을 보는 느낌이다. 이웃 관룡산과 관룡사, 목마산성등도 돌아볼만한 명소이다.

화왕산에 들렸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곳이 우포늪.

잘 알려진대로 원시의 생태계를 간직한 국내 최대의 늪지대이다. 이 곳에서는 억새와 비슷한 갈대의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부곡온천관광특구에서 여장을 풀면 편히 쉴 수 있다. 창녕군의 배바우산악회에서 주최하는 억새 관련 축제는 13일 열린다.

축제의 이름은 억새가 아닌 화왕산갈대제이다.제전위원회 (055)533-2998

■사자평(경남 밀양시)

한반도 최대의 억새군락지로 꼽히는곳이다. 해발 1,000㎙가 넘는 가지산과 재악산 사자봉의 사이를 잇는 사자평고원은 넓이가 125만여 평에 달한다. 광평추파(廣平秋波)라 하여 가지산의 연봉인 재악산8경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힌다.

사자평으로 오르는 방법은 표충사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길과 쌍폭포를 지나 고사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첫번째 길은 20~30분정도를 단축할 수 있지만 고개가 가파르고, 쌍폭포로 돌아가는 길은 완만하다. 고사리마을에서는 찻길을 따라가면 된다.

사자평을 찾으려면 들르게 되는 곳이표충사. 사명대사의 정기가 서린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3,000여 승병을 이끌고 호국불교의 기치를 올렸던 사명대사의 본거지가 바로 표충사이다.

표충사에는 물맛 좋기로 소문난 샘물이 있다. 영정이라는 샘물은 감미롭고 시원하다. 신라 진흥왕의 셋째 왕자가 이 샘물을 마시고 나병이 나았다는일화가 내려온다.

언양에서 표충사에 이르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밀양시청 문화체육과 (055)354-0101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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