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잔뜩 움츠렸던 증시가 하락 하루 만에 강한 상승세로돌아섰다. 증시 주변에선 전쟁의 포성만 기다리고 있던 개인들의 저가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기업들의 3ㆍ4분기 실적 발표라는 ‘또 다른 공습’이 임박한 만큼 가급적 몸을 사려야한다고 충고한다.■코스닥 하한가0,상한가 96개
9일 거래소에선 전 업종이 고루 오르면서 종합주가지수가 11.48포인트(2.31%)오른 507.61까지 치솟았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하한가 종목 제로, 상한가 96개’를 기록하며 아프간 포성을 기다렸다는 듯이 화려한 축포를터뜨렸다. 코스닥 지수는 2.47포인트(4.61%)나 급등, 56.02를 기록했다.
이날 주가 강세는 새벽에 끝난 미 증시가 전반적으로 큰 충격 없이 마감된 데다가마이크론 테크놀로지(5.4% 상승) 등 반도체 업종이 급등했기 때문. 테러 사태 이후 가장 낙폭이 컸던 반도체 업종은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5%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따라 나스닥지수도 당초 2~3%의 하락 예상과 달리 오히려 소폭(0.04%) 상승한 채 마감됐다.
이러한 외풍에 힘입어 서울 증시는 4포인트 상승에서 출발, 점차 두자리 수로오름폭을 넓혀갔다. 기관은 팔고 개인은 혼조세를 보인 반면 외국인은 227억원을 순매수,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실적발표 공습 대비해야
그러나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상승이 460~520의 박스권에서 움직인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않는다. 현대증권 박상욱 시황팀장은 “테러 사태로 떨어졌던 주가가 자연스레 반등하고 있는것으로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경기가 여전히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남아 있다는것은 그만큼 주가의 바닥은 멀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대 먹구름은 미국 주요 기업들의 3ㆍ4분기 실적 발표. 실적이 대부분 악화할것으로 예상돼 시장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지 시간으로 9일 모토롤라를 시작으로 10일에는 야후, 11일에는 쥬니퍼네트웍스,12일에는 GE가 3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다음주에도 인텔, IBM, 존슨앤존슨, AMD, 보잉, 포드, GM, 마이크로소프트 등 내로라하는미 주요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교보증권 주이환 책임연구원은 “2ㆍ4분기 실적이 발표됐던 지난 7월 미 증시는 지리한 약세장이 계속됐다”며 “지금은 4ㆍ4분기 경기회복 기대감이 완전히 붕괴된 데다가 국제정세마저 불안, 약세장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말했다.
동원경제연구소 신진호 책임연구원은 “미증시 반도체 반등과 외국인 매수에 증시가 상승했지만 이제 박스권 상단에 올라온 만큼 추가 상승 여지는 많지 않다”며 “차익실현 매물에 대비, 반등시 현금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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