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해 이슬람 국가의 정부와 국민 사이에선 비난과 지지 등 복잡한 반응이 교차했다. 이라크와 이란은 미국의 군사작전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반면, 전통적으로 친미성향을 보여온 터키와 요르단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슬람권의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이번 보복공격에 대해 분노를 표시했다. 일부 이슬람 과격단체들은 미국인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기도 했다.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의 시민들은 곳곳에서 TV를 지켜보며 미국의 “부당한 공격”을 규탄했다. 많은 사람들은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의 공격은 이슬람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하는 화면을 지켜보며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시민들도 대부분 “미국이 증거도 없이 아프간을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 “미국이 그 동안 중동아랍국가들에게 많은 과오를 저질러왔으며 테러 참사는 알라의 응징이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진정한 신자들이 이번 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미국이 이슬람교도를 공격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제법 테두리를 벗어난 침략을 감행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이란의 하미드 레자 아세피 외무부 대변인은 관영 IRNA 통신을 통해 “세계, 특히 이슬람 국가들의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시돼, 무고하고억압 받는 아프간인들을 해치게 될 이번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국영 TV도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자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맹목적인공격”이라는 제하의 특별 생방송을 시작했다.
반면 터키의 불렌트 에체비트총리는 “미국 주도의 아프간 공격을 지지한다”면서 “민간인이 다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에체비트 총리는 공습 개시 직후 각료와 군 수뇌부가참석한 긴급회의를 연 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일한 이슬람 회원국인 터키는 미국의 책임 있는 우방”이라고 강조했다. 요르단의 마르완부아셰르 주미대사도 “미국과 영국의 아프간 공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야세르 아베드 공보장관은 직접적인 논평은 피한 채 “(미국이) 다른 아랍ㆍ이슬람 국가들과 공동보조를 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만과 아랍에미레이트는“공격후 24시간 동안 논평을 유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이슬람방어전선(FDI)은 8일 대미 지하드(성전ㆍ聖戰)를 선포하고 미국 관련 시설과 미국인에 대한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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