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은데레바(케냐)가 8일(한국시간) 벌어진 시카고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8분47초로 골인, 지난달 30일 다카하시 나오코(일본)가 베를린마라톤에서 세웠던 세계기록(2시간19분46초)을 일주일 만에 갈아치웠다.레이스 초반 선두그룹에서 페이스를 조절하던 은데레바는 17㎞ 지점부터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 줄곧 앞서 달린 끝에 여자마라톤 사상 처음으로 2시간20분 벽을 넘었던 다카하시의 기록을 무려 59초나 단축시키며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엘페네쉬 알레무(에티오피아)가 은데레바의 뒤를 이어 2시간24분54초로 2위로 골인했고, 케린 맥캔(호주)이 2시간26분04초를 기록하며 3위로 들어왔다.
시카고마라톤은 이로써 1999년 이 대회서 할리드 하누치(미국)가 2시간5분42초로 남자마라톤 세계 최고기록을 수립한 데 이어, 여자마라톤 세계 최고기록도 함께 배출한 대회가 됐다.
시카고대회가 이처럼 세계기록의 산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코스 자체가 평지와 내리막길이 많아 비교적 평탄한 데다 시카고의 화창한 날씨가 마라톤에는 최적이었기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자부에서는 페이스메이커로 나선 벤 키몬디우(케냐)가 2시간8분52초를 끊어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던 팀 동료 폴 테르가트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달 30일 베를린마라톤에서도조셉 엔고레푸스(케냐)가 페이스메이커로 우승을 차지했다. 케냐는 2시간8분56초로 2위를 차지한 테르가트에 이어 피터 기투카도 2시간9분00초로3위로 골인, 1~3위를 모두 휩쓸었다.
한편 남자마라톤이 99년 이후 기록 침체에 빠져있는가운데 여자마라톤에서 뜨거운 기록 경쟁이 펼쳐지면서 남녀간 기록차가 13분차에 불과해 10분 이내로 좁혀질 날이 멀지않았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있다.
■은데레바는 누구인가…
세계 여자마라톤의 기록사를 일주일 만에 다시 쓴 케냐의 캐서린 은데레바(28)는 지난해와 올해 보스턴마라톤대회서 2년 연속 우승했던 세계 여자마라톤의 최정상급 선수.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시카고마라톤도 2차례 제패하는 기염을 토한 은데레바는 지난해 보스턴마라톤에서는 보스턴 4연패의 신화를 노리던 파투마 로바(에티오피아)를 1㎞ 지점에서 극적인 스퍼트로 우승을 차지,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4월 보스턴마라톤에선 선두로 달리다 급수대를 지나치는 바람에 급수대로 다시 돌아와 물을 마시고 선두권에서 30m가량 쳐졌다가 2시간23분53초로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레이스에 항상 5살배기 딸과 동행, 아줌마 마라토너로도 유명한 그는 우승 직후 “이것은 나의 기도이자 꿈이다”라고 감격을 털어놓은 뒤 “여자마라톤에서 2시간15분의 벽이 깨지는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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