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810만, ‘신라의 달밤’ 430만, ‘조폭 마누라’ 개봉 5일만에 100만 돌파…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압도하며 관객동원에 성공한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조직폭력배 세계를 주요 소재로 다뤘다는 것.사시미칼(회칼)로 무차별 난자하는 것은 기본에다 깡패를 선망하는 고교생에다 여자 폭력배까지 등장했다.
이 뿐이 아니다. ‘달마야 놀자’ ‘조폭들의 MT’ ‘정글주스’ ‘피도 눈물도 없이’ ‘패밀리’ 등 현재 제작중인 영화의 상당수가 조직폭력 세계를 주요 코드로 삼고 있다.
청소년들을 열광케하는 뮤직비디오들의 내용도 마찬가지.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약속’, 포지션의 ‘아이 러브 유’, 문차일드의 ‘사랑하니까’ 등 상당수가 조폭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심지어 올 상반기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오늘의 우리 만화상’에 선정된 ‘차카게 살자’의 경우도 폭력조직 두목이 고등학교에 입학해 겪는 이야기다.
문제는 대중문화 영역에서의 ‘조폭 다루기’가 미화 내지는 희화화를 통해 일반인의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둔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어느 시대,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암적 존재일 수 밖에 없는 조폭의 본질을 도외시한 채 마치 영웅처럼, 인간미 물씬 풍기는 의리의 화신마냥 묘사, 대중의 선망을부추기는 것이다.
폐해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설된 인터넷상의 ‘조폭건달’이라는 동호회에는 300명이넘는 중고생 회원이 등록,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이와 유사한 성격의 동회회만 1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과 사회’ 김동식(金東植) 편집위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적 변화 가능성이 축소된 현 시대에서 질서에 대한 반항이나 거부의 욕구가 퇴행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현실적이지도 않고 문제의식도 전혀 없는 것이 현재 대중문화의‘조폭 다루기’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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