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국회 대표연설은 권력형 비리 척결에 초점이 맞춰졌다.이 총재는 ‘국가권력과 폭력조직의 결탁’ ‘국가권력을 사유화 한 일부 세력의 조직적 범죄’ 등 한계 수위의 표현들을 거침 없이 썼다.
권력형 부정 부패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정치생명을 걸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바로 잡을 것”이라는 다짐도 있었는데, 이 또한 이 총재에게서는 좀처럼듣기 힘든 표현이다.
10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 등에서 비리 의혹에 대한 파상 공세가 이어질 것임을 짐작케 한다.
대북정책은 상호주의,투명성, 검증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등 기존의 입장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 통일전선전술 포기 ▦ 이산가족면회소 설치 약속 이행 등 북한에 직접 요구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이 눈에 띈다.
“KAL기 폭파 등 과거 테러 행위에 대해 시인하고 진실로 사과해야 한다”는 촉구는 보수 세력을 겨냥한 화법으로 해석된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입장을 밝힌 것은늘 해오던 얘기지만 최근 대북 쌀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한 차례 당내 분란이 일었던 터여서 눈길이 가는 대목.
경제 문제와 관련, 정부에대해서는 한껏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국민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 신경을 썼다.
이 총재는 “우리경제가 깊은 병을 앓고 있는데도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너무나 안이하다”고 진단한 뒤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경제팀을 전면 쇄신할 것”을요구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을 향해서는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재현할수 있다”며 “다시 한번 고도 성장의 추월선으로 나아가자”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 총재는 “수(數)의 정치에 의존하는 오만한 다수가 되지않을 것이며, 국민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정치적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흔쾌히 협력할것”이라고 말했다.
신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1야당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음을 강조한 대목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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