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는 경기, 공격 포성보다는 추가테러 여부에 주목하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소식이 전해진 8일 국내 주식시장은 큰 혼란없이 약보합권의공방끝에 소폭 하락한 채 마감됐다.종합주가지수는 5.79포인트(1.15%) 하락, 496.13으로 끝났고 코스닥 지수는 0.52포인트(0.96%)떨어진 53.55로 마감됐다. 반면 홍콩, 싱가폴,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증시 등의 하락폭은 1~3%로 우리보다 다소 컸다.
■큰 혼란없이 소폭 하락 마감
주식 시장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인 것에 대해 시장에선 긍정론과 부정론이엇갈린다. 긍정론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 현실화한 것에 불과한 만큼 시장의 반응은 적절했다는 주장이다.
지난주의 반등 분위기를 고려할 때 추가 상승여지가 충분했는데도 전쟁 개시 여파로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서울 증시가 다른 증시보다 적게 빠진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보복 공격의 중간성적표가 나올 2~3일후로 시장의 반응이 늦춰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추가테러 가능성, 옵션만기일후 폭락 우려
그러나 이날 한국 증시의 버티기를 ‘옵션 만기일(11일)에 앞둔 인위적 장세’로평가절하하는 지적도 많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걸프전 때에는 미국의 참전이 바로 문제의 해결로 받아들여졌고이에 따라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했으나 이번 미국의 공격은 문제의 시작일 뿐”이라며 “옵션 만기일이 지나면지수가 재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추가 테러시엔 전저점인 지수 460도 위험하다”고주장했다.
한화증권 조덕현 차장도 “시장의 관심은 공격이개시됐다는 사실이 아니라 추가 테러가 언제 어디서 일어나느냐는 것”이라며 “추가 테러→소비 위축→생산 위축→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도 “문제는 포성이나공습이 아니라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이라며 “공습의 여파는 크지 않겠지만 경기회복 신호가 나오지 않는 만큼 국제 유가의 흐름을주시하며 추격 매수 보다는 실적우량 내수 관련주를 중심으로 저점 분할매수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개숙이고관망 바람직
반면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추가 테러시엔 오히려 증시가 바닥을 확인하고급반등할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연구원은 “현 증시는520~450의 박스권 장이지만 추가 테러로 한차례 충격을 받으면 진바닥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당분간매매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도 “앞으로 증시는 전쟁이단기간에 끝나면 540까지 상승, 그렇지 않으면 답보, 추가 테러시엔 전저점 확인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지금은 총탄이 어디서 날아올 지 알 수 없는 만큼 고개를 숙이고 관망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일근 기자
■과거 대형사건 후 주가동향
과거 전쟁 경험으로 볼 때 미국의 아프간 보복공격은 단기적으로 증시 악재이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적잖은 것으로 분석된다.
1990년 8월2일 1차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걸프전은 지난달 미국 테러 사건처럼 전혀예상치 못한 전쟁이었고 이에 따라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약 한달 반 만에 20% 가까이 급락했다. 국내 종합주가지수도 566까지 18%나 하락했다.
걸프전 당시 지수 약세는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한 91년 1월까지 약 5개월 반 동안계속됐다. 미국은 90년 12월 말 이라크에 대해 쿠웨이트에서 철군하라는 최후 통첩을 내린 뒤 91년 1월17일에 공격을 감행, 이후 주가는 상승세를타기 시작했다. ‘이제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바그다드 공습 시작시 2,600선이던 다우지수는 한 달 만에 16%나 급등, 2,900을 돌파했다.국내 종합주가지수는 이보다 회복 속도가 빨라 걸프전 발발 후 3개월도 안된 90년 10월 19일 696까지 올라서며 이전 지수를 회복했다.
93년 2월 26일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이후에도 한 달 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10%나 급락했으나역시 한달 후 이전 주가를 회복하는 탄력을 보였다.
증시 분석기관인 마켓히스토리닷컴이 지난 1898년 미국 메인호 침몰사건, 1915년 루시타니아호 침몰사건,41년 진주만 공습,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93년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 95년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 폭파사건 등 여섯건의 대형사건 후 다우존스지수 변동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다우지수는 진주만 공습 등의 사건 직후 즉각적인 하락세를 보인 뒤 6개월 안에 반등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