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46ㆍ서울시립대 교수)씨의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을 보는 새로운 시각’(새미 발행)을 읽었다.이동하씨가 우리 문단이나 국문학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독특하다.
그는 자신의 그런 입지를 ‘아웃사이더’ 또는 ‘홀로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 책에 실린 ‘논리 이전의 세계와 논리의 세계’에서도 술회되고 있듯, 이동하씨는 문단의 어떤 집단이나 유파에서도 자유롭다. 그리고 그가 문인이자 학자로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도 주류파의 관심 분야와 매우 다르다.
그런 ‘홀로 가는 사람’의 특질은 ‘한국문학을 보는 새로운 시각’에서도 또렷하다.
청년 백낙청의 ‘시민문학론’(1969)과 청년 김현의 ‘시와 톨스토이주의’(1969)를 다시 읽으며 1960년대 이후 비평정신의 두 유형을 새롭게 조명해 본다거나, 주류 문단과 학계가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던 이어령의 문학세계를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려고 애쓰는 것은 유행에 민감한 비평가라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문학자 조동일씨가 교술(敎述)이라고 부른 바 있는 비허구산문(非虛構散文)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거나, 이문열씨가 희곡 ‘여우사냥’에서 시도한 명성황후 민씨의 미화에서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배타적 민족주의의 위험을 읽어내는 것도 그렇다.
이동하씨는 또 남성 평론가로서는 드물게 문학 주체로서의 여성이나 문학 속의 여성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 책의 첫 글로 실린 ‘한국소설과 여성’은 그런 관심의 소산이다.
최근 시 계간지 ‘애지’에 기고한 두 편의 글을 통해서 그가 시인 김수영의 여성관을 따져본 것이나, 다른 자리에서 송기원씨의 시와 소설에 드러난 여성관을 가차없이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의 작업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동하씨는 페미니즘을 구호로 내걸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내면화한 알짜배기 페미니스트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책에 실린 글들이 ‘역사의식에 입각해 우리 문학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쓰여졌다고 적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가 말하는 역사의식이란 배타적 민족주의를 거부하면서도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섬세한 정신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자는 이동하씨의 다른 책들을 읽을 때처럼 공감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북한 문제에 대한 그의 집착이다. 기자는 이동하씨 못지않게 북한 체제에 비판적이지만, 남한 문인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작품화하는 것이 북한 사람들의 인권을신장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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