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테러와의‘끝없는 전쟁’이 드디어 시작됐다.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과 뉴욕 동시다발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가 공언한 ‘테러와의 전쟁’이 7일 밤 아프가니스탄 공습으로 본격화한 것이다.진주만 공습에 버금가는테러에 당혹한 미국이 ‘테러와의 싸움’이란 명분을 내세워 감행한 이 전쟁은 유일 초강대국과 정체가 불분명한 테러 세력들이 벌이는 불안하고 위험스러운 전쟁이 될 전망이다.
또 테러 보복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군사 전략 변화로부터 국제 질서 재편에 이르기까지 21세기 지구촌에 다양하고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영국과 함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훈련 캠프와 탈레반 정부의 군사 시설 등 엄격히 선정된 제한된 목표물을 선별 공격했다. 이 같은 공격은 테러 주범으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 뿐만 아니라 그를 보호해 온 탈레반 정부의 전복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전면전이 아닌제한전의 형태로,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과 민간인을 위한 식량과 구호품의 공중 투하를 병행하는 ‘빵과 폭탄’ 전략을 통해 직접 탈레반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북부동맹 등 아프간 인들 스스로가 이 일을 처리하도록 하려는 의도임을 드러냈다.
미국이 아프간 공격과테러와의 전쟁에서 과연 승리할 지 여부는 예측키 매우 어렵다. 다만 테러와의 전쟁은 갈 길이 멀고도 먼 전쟁이며, 미 본토와 전세계 미국 이익에 대한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전선과 후방이 따로 없는 불안과 위험이 가득찬 전쟁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미국을 향한 테러의 대부분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외교 정책의 반작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빈 라덴 이후에도 테러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기때문이다.
테러와의 전쟁은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은 2차 대전후 서방세계가 공산주의 소련의 팽창에 맞서 50여년간 벌인 ‘냉전’에 비유했다.
그는 “그것은 주요 전장이 없었으며, 지속적인 압력과 여러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압도적인군사력으로 사전에 설정한, 제한된 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한다는 베트남 전 이후 미국이 유지해 온 군사 독트린은 테러와의 전쟁에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걸프전에서 널리 사용된 ‘압도적인 힘’ ‘철수 작전’‘성취 가능한 정치적 목표’같은 용어들은 이번 작전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이 쿠바,이란, 수단 등 적대적 국가들까지 끌어 모아 결성한 대테러 국제 연대가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아프간 공격과 빈 라덴의 체포 또는 사살의 성패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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