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8일 베이징(北京)을 방문,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중일 관계 회복의 기틀을 마련했다.진통끝에 마련된 이날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총리는 우선 진지한 역사 반성과 사죄를 표명,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씻었다. 그가 이날 표명한 역사반성은 ‘국책의 잘못에 따른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밝혔던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의 담화와같은 수준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이런 반성과 사죄가 말 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중일전쟁이 시작됐던 베이징 교외의 노구교(盧溝橋)와 인근의 항일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이는 역대 일본 총리 가운데 역사 문제에 가장진솔한 태도를 보였던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발길을 되밟은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측의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행동은 모두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한 중국측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이날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A급 전범과는 무관하며 “두번 다시 전쟁의길을 걸어서는 안된다는 다짐과 전몰자에 대한 순수한 애도의 뜻을 담은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江주석은 이를 양해한것으로 비쳐졌다. 그는 내년의 야스쿠니참배 문제를 미리 견제했지만 고이즈미총리의 ‘신중한 검토’ 약속을 그대로 받아 들였다. 이로써 고이즈미 총리는올해의 대중관계 문제를 일단 매듭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태도는 예견된것이기도 했다. 중국은 고이즈미 총리가 애초의 8월15일 신사 참배 계획을 중국의 물밑 요청에 따라 8월13일로 변경하면서 일방적인 비난과 반발을 자제했다. 江주석의 심복인 쩡칭홍 (曾慶紅) 당조직부장은 8월30일 중일의원연맹 일본측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미래지향적 우호 관계에 의욕을 표하면서야스쿠니신사 문제에 대한 중국 내 비판 여론을 억제해 나갈 뜻을 비친 바 있다. 양측의 호전된 관계는 일본 자위대의 영역확대 문제에도 그대로 이어졌다.중국은 자위대 해외파병을 위한 일본의 법제 정비 등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대미 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황영식 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