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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공격 / 전문가 좌담 - "테러전쟁 중동평화 계기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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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공격 / 전문가 좌담 - "테러전쟁 중동평화 계기 될수도"

입력
2001.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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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8일 새벽(한국시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격 군사작전에 돌입함에 따라 마침내 ‘금세기 첫 전쟁’의막이 올랐다.전 세계는 시시각각 전개되는 전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이 전쟁이 국제질서와 세계경제, 자국에 미칠 영향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번 9·11 테러참사 직후에 이어 다시 이런 문제들을 심도있게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 미국이 테러발생 후 4주 이상을기다리다 공격을 개시한 배경이 뭘까요.

▦문정인=우선 미국이 국제법과 민주주의 절차를 나름대로 준수했다고 봐야겠지요.빈 라덴과 그의 조직이 테러를 자행했다는 확증을 잡는데 시간이 들었을 테고 공격시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서 전장, 병참 등에 대한 정보수집 등준비가 필요했을 겁니다.

▦이석수=외교적 노력으로 우호적 환경을 만든 후 공격시점을 잡은 것이지요. 영국및 아랍국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정보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장기적, 광범위한 전쟁을 위한 전략, 전술적 준비도 소홀히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강병태=국가차원의 공식입장과는 별개로 실제 개별국가의 여론은 각각이기 때문에전쟁의 명분을 설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문명간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의 차단,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 등을 걸러가면서 전쟁 명분을축적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 전쟁의 양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조망해 본다면.

▦문정인=세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됩니다. 첫째는 ‘치고빠지기식’입니다. 단기간의 집중적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키고 반대세력이 대리정권을 세우도록 하는것이지요.

둘째, 이것이 잘 안돼 지상군을 개입시킬 경우 월남전처럼 고질적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지요.셋째, 북부동맹 등 반탈레반 세력을 통한 대리전입니다. 전쟁이 한달 이상 넘어 이슬람권의 반발이 불붙기 시작하면 반탈레반 세력에 대한 배후지원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시니리오지요.

▦이석수=우선 탈레반 정권의 방어기반시설을 파괴한 뒤 빈 라덴과 그의 테러리스트네트워크를 깨는데 목표를 두겠지요.

단기적 최대목표는 물론 빈 라덴의 신병확보입니다.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테러리스트 발본색원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빈 라덴의 신병만 확보되면 미국은 일단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강병태=빈 라덴 제거와 탈레반 정권의 무력화가 공식적 전쟁 목표이긴 합니다만둘 다 어려울 겁니다.

그러므로 미국이 전략적 차원에서 장기개입 전술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후세인 정권에 대해서도 걸프전 이후 근10년째 봉쇄와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너무 거칠게 압박할 경우 범이슬람권의 반발을 일으킬수 있으므로 일단 탈레반을 어느 정도 무력화시킨후 장기적으로 통제하려 들 것입니다.

▦문정인=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미국이 빈 라덴과 탈레반을 완전 척결해야 하는이유는 탈레반이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배후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입장은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배후 지원세력을 없애야 한다는 겁니다.

▦강병태=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의 전격적인 제거는 힘들 겁니다. 새로운 정권을세우는 문제는 국제적인 반발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지금 대안세력으로 부각되는 북부동맹은 불과 10%에도 못 미치는 소수 타지크 민족을 대표할 뿐입니다.결국 내전상태로 돌입하고 이라크의 경우처럼 지속적 압박을 통해 분쟁의 장기화를 유도할 겁니다.

- 이번 전쟁이 범이슬람과 서구의 대결로확산될 가능성은 없는지요.

▦문정인=무엇보다 이란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이란이나 파키스탄에서 국내정치적 압력이높아질 경우 이들 정부가 원하든, 원치 않든 미국과 대립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칫 이슬람권 내부에서 ‘내편이냐, 네편이냐’의 양자 선택을 요구하는 논쟁이 발생하면서 엄청난 동요에 휘말릴 겁니다.

이 때 정통성이 약한 대부분의 이슬람권 국가 위정자들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내부분란이 극대화 될 수가 있어요.

만일 이들이 미국과 동맹을 맺고 민중들을 탄압하기 시작하면 헌팅턴식의 문명간 대결로 비화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즉 전쟁이 이슬람 민초들과의 대결양상을띠는 거지요. 미국이 가장 걱정하는 경우입니다.

▦이석수=미국은 이번에 공습과 구호물자 공수를 거의 동시에 실행했습니다. 즉 테러리스트에대해서는 강경입장을 보이는 한편 이슬람 전체와의 대결은 피하려 하는 거지요.

▦문정인=미국이 실수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있다. 파월 국무장관은 이번 전쟁대상을 아프가니스탄으로 한정하려 애썼음에도 불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공공연히 이라크, 리비아 등 이슬람 세력을 같은 적의 범주에 끌어들이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는 무지의 소산이에요. 사담 후세인만 해도 집권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대거 숙청, 이들과는 견원지간이고 카다피 역시 원리주의자들의타도대상입니다.

▦강병태=걸프전의 예에서 보듯 이슬람 국가들의 구체적 선택은 종교보다는 경제적,정치적 이익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이슬람권과의 충돌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문정인=생각이 좀 다른데요, 지난달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중동을 방문한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런 것이었습니다.

이슬람 위정자들의 정통성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섣불리 미국 편을 들었다가는 체제전복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들 체제가 전복되고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득세했을 경우를 상상해 보세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겁니다.

▦이석수=이번 전쟁이 역설적으로 중동평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미국이 제한적이고분별 있게 군사행동과 경제지원을 병립해 나간다면 대립으로 치달을 까닭이 없습니다.

▦문정인=무슬림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말을 어제 빈 라덴이 지역 방송을 통해 했습니다.“이슬람 세계가 불안, 고통, 불안전을 느끼는 한 미국도 그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죠. 즉 모든 재앙과 불행을 미국의 탓으로 돌린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빈 라덴은 미국이라는 가상의 적을 통해이슬람권의 단합을 촉구하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강병태=이번 전쟁을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프간은 일반적인 중동국가와는 좀 성격이 다르지요.

이란, 파키스탄, 러시아 등과 인접한 중앙아시아 국가로서 그 지정학적 중요성이 대단히 큽니다. 아프간의 지정학적 잇점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으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또 석유를 둘러싼 이해 관계도 짚어봐야 합니다.

아프간 남쪽의 카스피해는 석유자원이 페르시아다음으로 엄청나지요. 이 곳의 석유가 미국, 유럽, 일본으로 공급되고 있어 이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다분하지요.

▦문정인=예전의 아프간 사태를 되돌아보면 이번 사건의 지정학적 관점을 살피는 데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구 소련도 아프간을 점령하면 인도양으로 쉽게 진출해 세계 패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요. 그렇지만 이번 사건에 미국이지정학적 이해 관계까지 고려해 전쟁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이번 전쟁이 향후 세계 질서에 어떤영향을 미치리라고 봅니까.

▦문정인=만약 미국이 아프간 망명 국왕을 옹립시켜 친미 국가를 세우면 미국의 패권적구상은 성공하는 셈이 될 겁입니다.

그렇지 못하고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은 신고립주의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패하는 셈이지요.

성공도 실패도아닌 경우는 미국이 체면을 적당히 살리면서 손을 뗀 후 유엔을 개입시켜 사태를 얼버무리는 것이지요.

▦이석수=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미국이 비록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지만 혼자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쟁이 끝나면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이 다자주의적으로 바뀌리라고 봅니다.

-이번 전쟁이 한국에 끼칠 영향과 그에따른 적절한 대응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석수=한ㆍ미 동맹관계는 강화될 것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온다면 남북관계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정인=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한 나라가 공격 당하면 적법한 절차를 밟아 돕기로돼있습니다. 우리가 미국을 도울 명분으로 충분하지요.

그렇지만 직접 군사지원은 어렵고 병참 지원은 가능할 것입니다. 오히려 내년의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국제적 반 테러 연대망을 갖추는 일에 신경을 써야할 것입니다.

북한도 엄청난 보복을 보고는 쉽사리 테러를공격수단으로 삼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국가는 정정불안이 심화하면서 석유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이는 석유자원 비축의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강병태=우리가 미국의 정책을 따르는 것은 명분과 실리에서 당연합니다. 하지만미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는 명분 대신 실리를 추구할 겁니다.

우리 상사가 아랍에 많이 진출해 있으므로 미국을 돕는 원칙을 지키면서 장기적으로는현지에 우리의 이미지를 심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좌담 참석자

문정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이석수 국가안전보장회의 자문교수

강병태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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