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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LG전자 김쌍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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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LG전자 김쌍수 사장

입력
2001.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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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9개월. LG전자 김쌍수 사장은 1969년 입사이래 한번도 창원공장을 떠난 적이 없다. 기네스북 감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창원공장에서 5,600명 직원을 이끄는 그의 카리스마는 가히 절대적이다.가전제품(홈 어플라이언스)을 생산하는 LG전자 창원공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생산성의 극한수준에 근접한 사업장으로 평가받는다.

'퇴물'로 취급받을 뻔했던 백색가전을 디지털 혁명의 중심으로 재탄생시킨 곳도 바로 창원 공장이다. 이 창원공장의 신화는 김사장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김사장에겐 '경영혁신 전도사'란 별칭이 따라다닌다. "세 번 정도는 죽을 고비를 넘긴 것 같아요. 그러나 결과적으론 위기가 바로 재도약의 기회가 됐지요"

첫번째 고비는 89년. 격렬한 노사분규 속에 창원공장은 무려 72일간 파업을 겪었다.

공장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당시 세탁기사업부 담당이사였던 김사장이 팔을 걷어 붙였다.

"어지럽혀진 생산현장부터 합리화해야 했습니다. 당시 생산라인은 길이가 240m나 되는 전형적인 과시형 시스템이었지요.

연구끝에 부품공정을 최대한 압축했더니 라인은 40m로, 라인당 인원도 3분의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생산성이 올라간 것은 당연했지요."

두번째 고비는 95년에 왔다. '가격파괴'물결이 밀어닥쳤다.

가전업체들은 소비자가격을 무려 20%이상 인하했고, 심각한 원가압박이 시작됐다.

김사장은 '3by3'(3년간 생산성을 3배로 끌어올리는 생산합리화)운동과 '6시그마 프로그램'등 생산성 제고를 위한 일련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첨단 통계적 기법을 동원해 '불량없는 제품생산'을 목표로 하는 6시그마운동은 매년 불량률을 75%씩 줄여나가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10만ppm(100만개당 10만개 불량발생)에 달하던 청소가 내부단선불량률, 6,000ppm이던 가스레인지 밸브의장 불량률은 완전 제로로 떨어졌다.

"6시그마란 단순히 생산현장에서 제품불량만을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지원부서나 판매부서도 서비스의 질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그 결과 창원공장의 고객 클레임률을 현재 1%내외로 선진국기업(5%)보다 훨씬 낮아졌어요."

조직도 뜯어고쳤다. '허물고 다시 짜라'는 의미에서 'TDR(Tear Down & Redesign)' 이름의 테스크 포스를 신설, 모든 프로젝트는 TDR을 통해 추진했다.

"처음엔 직원들이 TDR에 발령나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줄 알고 꺼리더군요. 그러나 이젠 TDR에 끼어야만 능력을 인정 받는다고 여깁니다. 현재 120여개 TDR이 상시 운영되고 있으며 전체 직원의 40%가 각종 TDR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는 또 한번의 고비였다. 김사장은 판매구조를 완전히 뒤바꾸는 모험을 단행했다. "환율이 폭등하는 것을 보고 수출의 호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원들을 해외로 내보내 한계이익만 나면 무조건 팔도록 드라이브를 걸었지요.

덕분에 창원공장은 IMF때도 일감이 넘칠 정도가 됐습니다" 이전까지만해도 내수가 60%를 넘던 창원공장은 IMF를 계기로 70%를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지금은 2005년 세계 톱3 가전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사장의 집무실엔 '자원유한 지무한(資源有限 智無限):자원은 한계가 있어도 사람의 지혜는 끝이 없다는 뜻)'이란글귀가 적혀있다.

중국인 현지법인 직원이 창원공장연수를 마치면서 효율성과 생산성에 감동받아 소감을 적은 것이다.

"위기는 생산성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사람을 자르고 노동강도를 높인다고 해결될 수는 없어요. 생산성의 한계가 어디인지 한번 도전해 볼겁니다."

/이성철 기자

■6시그마 운동이란…

기업활동의 모든 요소를 계량화해 고객관점에서 불량률을 최소화하자는 경영혁신이론.기존의 품질개선운동이 과거 경허메 입각해 엄격한 검사만을 강조한 것과는 180도 다르다.

철저한 통계 기반위에서 생산공정은 물론 연구개발 재무·인사지원 판매 등 전 과정을 총체적으로 혁신시켜 제품 품질과 함께 고객서비스까지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6시그마 이론은 미국 모토로라의 마이클 해리 박사가 1987년 처음 고안한 것으로,제네랄 일렉트릭,텍사스인스트루먼트,소니 등 세계적 대기업들이 잇따라 도입함으로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LG전자 창원공장 95년 말 GE로부터 전수받았으나,현재는 GE가 오히려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6시그마란 품질의 무결점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불량률로 환산하면 3.4ppm(100만개 제품중 불량품 3.4개) 수준이 된다.창원공장의 경우 도입 당시엔 불량률이 6만6,800ppm에 달했지만 6시그마 운동을 5년 넘게 추진한 결과,현재는 150ppm까지 개선된 상태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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