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지하철은 뛰어나다. 서울 시내 어디라도 갈 수 있고 차를 타기 위해서는몇 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열차는 깨끗하고 다른 나라의 지하철과는 달리 낙서나 망가진 좌석도 거의 볼 수 없다.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은 운동도 된다. 1~4호선과 같은 오래된 전철을 타면에스컬레이터가 없어서 두 번 정도 갈아타면서 왔다 갔다 하면 30층짜리 빌딩을 오르내리는 것과 거의 같은 운동효과가 있다. 또 구간 이상을 타게되면 출입구를 뛰어넘기도 한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이나 출구에 대한 정보 역시 충분하다. 화살표, 호선마다다른 색깔들이 알아보기 매우 쉽게 되어있다. 모든 출구에는 주변을 보여 주는 커다란 지도가 있다. 스피커나 전광판을 통해 다음 내릴 역이 어딘지도알 수도 있다. 서울 지하철지도는 책이나, 수첩, 정보지 등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아마 한국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인쇄물 중 하나인것 같다.
하지만 때로 정보가 너무 상세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사는 곳인 ‘외대앞’역에서는 기차가 도착하면 스피커에서 영어로 “이번 열차는 인천행입니다. 한 발짝 물러나십시오”라고알려준다. 하지만 내가 승강장 가까이 등을 대고 서 있지만 않다면 이런 것은 불필요하다. 기차가 가까이 오면 스피커는다시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문이 열리면 차량에 올라 타십시오”라고방송한다. 하지만 이 스피커는 화물열차가 지나갈 때도 똑같은 소리를 낸다.
기차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거의 말을 걸지 않는다. 대신 핸드폰으로 이야기한다.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열차가 지하를 지나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에도 무표정하게 창 밖을 내다본다.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엘리베이터안과 같은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괜한 반항심이 들어 일부러 반대 방향을 바라보곤 한다.
사람들은 예절 바르게 좌석을 더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하지만어떤 사람은 나의 아내가 ‘예의가 없는 ’ 것으로 지적하듯,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두 사람 자리를 차지한다.
간혹 침묵이 깨어질 때도 있는데 우산이나 지갑을 파는 행상이 큰 목소리로 상품을선전할 때다. 다음 열차가 오기 전에 그들은 일을 끝내야 한다. 어떤 이는 종교 팸플릿을 배포하기도 한다. 녹음기를 들고 다니는 맹인 거지는 음악을연주하며 지난다. 간혹 내게 과감하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있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내가 서울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물어보면서 말이다.지하철안에서 외국인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영어를 연습하는데 유용한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또 열차에는 자리를 노인들이나 장애인, 그리고 임산부들에게 양보하라는 것 말고도무엇을 해라, 말아라 하는 지시 표시가 많다. 이런 자세한 지시와 정보들은 한국사회에 독특한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읽지도않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
스웨덴에는 한국처럼 복잡한 안내문은 없다. 이 곳의 안내문은 “그림 C에 있는 34번과 같은 볼륨으로 당신은 소리를 조절할 수 있다.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소리가 커진다. 반대 방향으로 볼륨크기를 조절하면 소리는 작아진다”와 같은 설명문이다. 이것은 불필요하게 과다한 설명이다.사실 이는 첫 문장으로 충분하다.
한국인들은 오히려 많은 정보, 심지어는 공식적인 정보는 놓치는 것 같다. 만일가게 문 위에 ‘내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고 크게 쓰여있다면 나는 그것을 알아 볼 것이다. 하지만 몇 차례 경험에 의하면 한국인은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벤울로프 울손,스웨덴인,한국외대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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