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리인하와 경기 부양책에 따라 증시에 ‘글로벌 유동성장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행 희망을 반영하듯 최근 서울 강남의 객장에는 수억원 단위의 큰 손들이 매수 주문을 내는 일이심심찮게 목격된다. 그러나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증시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시중자금 증시유입 가능성 커져
유동성 랠리를 주장하는 낙관론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금리를 2.5%로 낮추고 부시 행정부가 75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것에 크게 고무돼 있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금리로 인해미국의 유동자금 규모는 무려 2~3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계기만 주어지면 큰 폭의 반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하고 특히 낙폭과대에 따른기술적 반등과 맞물리면 예상밖의 랠리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유럽도 이러한 미국의 금리인하 정책에 공조를 취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도 오는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낙관론자들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가 이미 마이너스대에 진입한 만큼시중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은 시간 문제”라고 주장한다.
기관들이 채권투자만으로는 자금 운용의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점, 정부의적극적인 경기 부양의지 등도 유동성 장세의 근거로 제시된다. 한 펀드메니저는 “최근 강남의 증권사지점에 큰 손들의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저평가된 증시로 점차 돈이 유입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조용찬 책임연구원도 “290조원으로 추산되는 시중 단기 자금이 고평가된 채권이나물가상승률 만큼의 금리도 기대할 수 없는 금융상품보다 낙폭 과대로 리스크가 적아진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실제로 고객예탁금이 다시 늘고 있고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진한 기대에 불과, 유동성장은 없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유동성 장은 막연하고 순진한 기대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피데스증권 정동희 팀장은 “경기가 불확실하면 은행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그만큼 안전자산 선호도가 강해져 불안한증시로 돈이 올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올들어 1월, 4월, 8월에 유동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 랠리가 있었지만 결국 펀더멘털이 뒷받침 되지 못해 폭락으로 이어진 경험도 낙관론자들의 주장을 외면하게 만든다.
현대증권 박상욱팀장은 “전세계적인 금리인하는 그만큼 세계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이번 테러 사태도 실상은 미 정부와 낙관론자에게 그동안의 거짓말에 대한 핑계거리를 준측면이 강하다”며 “증시의 약세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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